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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미묘한 온도차…美 “올바른 딜” 韓 “제재 일변도 안돼”

중앙일보

입력

한미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모습. 두 정상은 11일 워싱턴에서 다시 만난다. [중앙포토]

한미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모습. 두 정상은 11일 워싱턴에서 다시 만난다. [중앙포토]

한ㆍ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대북 제재 면제 요청 호소문에 대해 불가 입장을 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국무부는 또 대북 압박을 위한 한ㆍ미ㆍ일 공조를 강조하며 “모든 나라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도록 만드는 (중략) 것이 한ㆍ미ㆍ일 3국이 주도하는 압박 캠페인의 목표”라고 밝혔다.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5~6일(현지시간) 열린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회담도 공동성명에서 대북 강경 입장을 보였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추구한다”며 “미국이 지난달 하노이 북ㆍ미 2차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비핵화) 관련 태세(readiness)를 환영하며, 북한이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은 유감(regret)이다”라고 적시했다.

U. S. President Donald Trump shakes hands with North Korea leader Kim Jong Un at the Capella resort on Sentosa Island Tuesday, June 12, 2018 in Singapore. (Kevin Lim/The Straits Times via AP)

U. S. President Donald Trump shakes hands with North Korea leader Kim Jong Un at the Capella resort on Sentosa Island Tuesday, June 12, 2018 in Singapore. (Kevin Lim/The Straits Times via AP)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제재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지난 4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연세대 연설이 대표적이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탑 외교관인 그가 이런 연설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대북) 제재는 북한이 나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이라면서도 “제재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빠르게 대북 강경론과 제재 강화론이 확산하고 있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본부장은 한ㆍ미 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의 수행단 일원으로 배석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영어로 한 이 연설에서 “결국 대화라는 문을 통하지 않고서는 핵 문제의 최종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라며 “북한에 대한 맹목적 의심과 대화에 대한 회의론이 독버섯이 번지는 것처럼 확산하고 있지만 회의론은 대화의 유의미한 대안이 못 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 내 대북 협상파들에선 이를 놓곤 “핵심을 잘 짚었다”는 공감하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본부장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필두로 한 미국 내 강경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이 본부장은 미국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협상 모멘텀을 잃을 여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일부러 연설 기회를 활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향해 비핵화 메시지를 연일 보내고 있다. 북한이 최대 명절로 삼는 김일성 생일인 일명 ‘태양절(4월15일)’과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4월11일)를 앞두고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공화당 유대인연합회(RJC) 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라면서도 “(하노이에선) 올바른 딜(right deal)이 아니었기에 결렬시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무슨 일어날지 모른다. 무엇인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5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해 “최고인민회의의 김 위원장 발언을 예의주시한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가 올바른 길이라는 미국의) 생각을 공유하길 바란다.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대북 협상파들의 입지가 좁아져 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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