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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보여주고 싶었다"···전기차 심장부 연 中 자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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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진격의 중국 2025, 한국 덮친다① 자동차

지난해 12월 13일 중국 쓰촨성 충칭시 장베이구 장안자동차국제회사(이하 장안차) 의장공장. 1581명의 임직원이 전기차·내연기관차를 평균 51초에 한 대씩 혼류 생산·조립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사람과 로봇의 업무 분장이다. 의장 작업을 마친 차량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가면 망치처럼 생긴 로봇이 차체를 훑으면서 점검했다. 장안차는 “검수는 100% 로봇이 담당한다”며 “검수가 끝나면, 100대 중 1대의 샘플만 사람이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뽐냈던 블루레이저 검수 공정. 충칭 = 문희철 기자

중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뽐냈던 블루레이저 검수 공정. 충칭 = 문희철 기자

100대중 1대만 사람이 확인

용접공장에서는 로봇이 용접을 마친 문짝을 파란색 레이저(블루레이저) 앞으로 가져왔다. 레이저는 실리콘을 얼마나 균일한 두께로 도포했는지 점검한다고 한다. 실리콘 도포의 균일성은 차량 접합부위 불량률이나 누수·소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장안차는 “육안보다 훨씬 정밀한 블루레이저 검수는 세계에서도 드물게 활용하는 최신 방식으로 알고 있다”고 뽐냈다.

중국 IT 3사를 중심으로 구축한 중국의 전기차 협력네트워크. 중국 IT 3사는 빨간색, 완성차 제조사는 파란색, 글로벌 IT 기업은 노란색, 자동차 서비스 기업은 녹색, 기타 기업은 하늘색으로 표시했다. 각 기업끼리 전기차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인 경우 선으로 연결했다. [자료 산업연구원]

중국 IT 3사를 중심으로 구축한 중국의 전기차 협력네트워크. 중국 IT 3사는 빨간색, 완성차 제조사는 파란색, 글로벌 IT 기업은 노란색, 자동차 서비스 기업은 녹색, 기타 기업은 하늘색으로 표시했다. 각 기업끼리 전기차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인 경우 선으로 연결했다. [자료 산업연구원]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13일 중국 장안차 생산공장을 방문했다. 장안차는 “중국차 기술력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한국인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처음으로 한국 언론사에 생산 공장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로봇이 수행하는 조립 공정을 사람이 모니터링 하고 있다. 충칭 = 문희철 기자

로봇이 수행하는 조립 공정을 사람이 모니터링 하고 있다. 충칭 = 문희철 기자

중국에 유수의 글로벌 제조사와 비슷한 수준의 전기차 조립공장이 들어선 건 정부가 신에너지자동차 육성 전략을 추진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강국’이라는 명예에 취해 초기 기술경쟁에 소홀했던 한국과는 달랐다. 중국은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기술 경쟁을 시작하긴 늦었다고 판단하고, 전기차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한 일은 보조금 지급이다.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중앙정부는 전기차에 대당 6만위안(980만원)을 지급했고, 별도로 지방정부가 6만위안(980만원)을 지원했다. 또 정부·공공기관이 전기차를 구입하는 규정을 만들었다(신에너지차 의무구매비중 30% 고시). 덕분에 1만5000여대(2013년)였던 중국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43배(65만2000여대) 뛰었다.

글로벌 제조사 감당못할 규제로 시장 보호

시장이 형성된 다음엔 전략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제조 2025에 따르면 모든 내연기관차는 2025년까지 100㎞ 주행시 연료를 4L 이상 소모하면 안 된다. 평균연비로 25㎞/L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조립 공정도 자동화율이 매우 높다. 충칭 = 문희철 기자

중국 자동차 조립 공정도 자동화율이 매우 높다. 충칭 = 문희철 기자

정부 규제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기술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어줬다.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마다 기술로드맵을 제정하고 세부 과제·목표를 세웠다. 감속기·인버터 등 기술력 강화가 필요한 주요 전기차 부품을 하나하나 골라 일일이 목표를 수립했다.

예컨대 2025년까지 직류-직류 변환기·충전기 시스템 효율을 95%까지 상향한다거나, 연료전지의 출력을 3.5kW/L로 끌어올리는 식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장은 “완성차부터 조그만 소모품 하나까지 차량 제조에 필요한 생산·공급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심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민간기업 총동원 자금 퍼부어

다음엔 대규모 투자·차관·지원금을 총동원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제조업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앙정부가 150억 달러(15조9000억원), 지방정부가 16억 달러(1조7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선전 시내에선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전 = 문희철 기자.

중국 선전 시내에선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전 = 문희철 기자.

정부 돈이 흘러 들어가자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도 돈을 풀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에 따르면, 과거 매출액 대비 2% 미만이던 중국 완성차 제조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이 4% 수준으로 증가했다. 단순 통계상으로 중국차 업계가 기술력을 2배로 쌓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제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중단한다. 전기차 부문에서 만큼은 중국차도 글로벌 완성차와 경쟁할 기반이 갖춰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한국 넘어서 

윤자영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에 본격 돌입한 이후, 지난해 중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용(연구개발 집약도·2.51%)은 한국(2.42%)을 넘어섰다”며“특히 부품사의 경우 중국의 연구개발 집약도(3.36%)는 한국(2.04%)보다 압도적으로 월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중국이 미래차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이 지속하면 전기차 산업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 기술력이 경쟁열위에 놓이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충칭(중국)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S박스/장안자동차

중국 쓰촨성 장안자동차 제조 공장. 충칭 = 문희철 기자

중국 쓰촨성 장안자동차 제조 공장. 충칭 = 문희철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3대 국영 자동차 회사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 브랜드를 각각 보유한 것처럼, 장안차는 9개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 승용차 브랜드는 장안차다.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장안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브랜드(장안오샹), 제네시스 같은 고급 브랜드(AB자동차), 그리고 상용차 브랜드(장안카이청) 등 4개의 자체 브랜드가 있다.
별개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 5개의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장안포드·장안스즈키·장안마쯔다·장안PSA(푸조시트로엥)가 있다. JMC라는 중국차 브랜드와도 합작기업(장링홀딩스)을 경영한다. 장안그룹은 부동산·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데 이중 지난해 자동차 부문 매출액은 13조9400억원이다. 9만여명의 임직원이 자동차 부문에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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