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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배치 눈앞에 둔 북한 ICBM, 미 본토 뉴욕까지 날아가나

중앙일보

입력

Focus 인사이드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을 했다. [사진 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을 했다. [사진 노동신문=연합뉴스]

테런스 오쇼너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한반도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북한은 미 본토를 향해 전략무기(핵∙ICBM)를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 ICBM 개발기술 어디까지 왔나 #미군 "북한 ICBM 미 본토 발사 확실" #"연구개발 종료, 실전 배치 임박해" #대기권 초입 폭발해 핵 EMP 효과도

또한 오쇼너시 사령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ICBM 연구개발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북한의 ICBM 대량생산과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핵과 ICBM 기술은 김정은 정권의 체제유지뿐 아니라 향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 시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수단이기 때문에 이미 예견되었던 사항이다.

커렌스 오쇼너시 북미항공우주 사령관은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 참석했던 모습. [중앙포토]

커렌스 오쇼너시 북미항공우주 사령관은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 참석했던 모습. [중앙포토]

그러면 이러한 의미를 갖는 북한의 ICBM 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35년 이상 지났으며, 이미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급 화성-14형과 –15형의 전력화 단계 직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체제에서 2018년 이전 몇 년 동안 이루어졌던 속도전식 기술 진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볼 때 2016년은 핵 탑재 ICBM 개발에 필수적인 핵탄두 소형화, 재진입체 시험, 대용량 신형엔진 실험 등과 같은 요소기술을 마무리한 해로 볼 수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 이때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히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 이때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히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7년은 이러한 기술적 성숙을 바탕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의 고도화 내지는 전력화를 위한 다양한 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가 있었다. 실제로 북한은 2017년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화성-12형, -14형 및 –15형의 연이은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이 가운데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은 화성-14형과 –15형이다.

화성-14형 미사일은 2017년 7월 한 달 동안 두 차례의 시험발사를 했으며, 초고각 발사로 비행하는 데 성공하였다. 첫 번째 시험발사에서는 고도 2802㎞까지 올라갔으며 39분간 비행하여 발사장으로부터 933㎞ 떨어진 동해 상에 낙하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샤이엔 공군기지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출입문. 두꺼운 철문으로 돼 있어 핵전쟁에도 견딜 수 있다. [사진 NORAD]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샤이엔 공군기지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출입문. 두꺼운 철문으로 돼 있어 핵전쟁에도 견딜 수 있다. [사진 NORAD]

두 번째는 최고고도 3793㎞로 47분 12초 동안 비행했으며 998㎞ 지점에 낙하했다. 탄두 무게를 500㎏ 가정했을 때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는 7000~8000㎞로 추정되지만, 북한이 200~300㎏ 정도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도달 거리는 1만㎞ 정도로 시카고나 뉴욕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

특히 2017년 8월 김정은 위원장이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공개한 고강력 섬유와 탄소-탄소 복합재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강력 섬유를 사용하면 동체(연료탱크 골격)의 무게를 30% 정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량화가 가능하고, 이에 비례해 그만큼 미사일의 페이로드 무게나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

이 소재 사용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1호 동체뿐만 아니라 화학재료연구소 방문 시 공개된 북극성-3형 연소기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최신예 레이더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월 보도했다.[연합뉴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최신예 레이더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월 보도했다.[연합뉴스]

재진입체 기술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2017년 처음 발사된 화성-14의 재진입체는 해면 고도 1㎞ 직전까지 온전히 낙하한 것으로 보이며, 두 번째 발사에서는 재진입체가  고도 3~4㎞ 부근에서 희미해지다가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적인 면에서 볼 때 화성-14형은 화성-12와 달리 2단 추진이다. 1단 엔진은 화성-12와 동일하며, 2단은 구소련의 R-27 SLBM 조종 엔진 4D10V와 유사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화성-14 2단 엔진의 고체엔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왼쪽 아래)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화성-15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위원장(왼쪽 아래)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화성-15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화성-12형과 동일한 1단 엔진은 구소련제 RD-250의 파생형이지만 독자 개발한 신형 고출력 엔진으로 고 에너지이면서 저장이 용이한 UDMH(연료)와 산화제 N2O4(또는 IRFNA)를 추진제로 사용한다.

주 엔진인 단일 연소실(single combustor) 주변에 추력 방향을 제어하는 보조 엔진(vernier thruster) 4개를 배열한 구조로 엔진 총 추력은 45~47톤이며 주 엔진과 보조 엔진은 각각 39~41톤과 6톤의 추력을 낸다.

한편 화성-15형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 3000㎞급 신형 ICBM으로 2017년 11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화성-14형과 동일한 초고각 방식으로 발사되어 고도 4475㎞까지 올라갔으며 53분 동안 비행하여 발사지점으로부터 933㎞ 떨어진 동해 상에 낙하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대적인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약 6개월 만에 다시 방문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 TV=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대대적인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약 6개월 만에 다시 방문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 TV=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5형을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를 장착하여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위력한 미사일로 화성-14보다 전술 기술적 제원과 특성이 훨씬 우월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이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미사일은 화성-14형과 같은 2단 미사일이지만, 보조 엔진을 사용하여 추력방향을 제어하는 화성-14형(1단 엔진) 엔진과 달리 짐벌형 주 엔진(gimbaled engine) 만에 의해 추력이 제어된다. 또한 1단 엔진은 화성-14형 주 엔진(40톤 추력) 2개를 클러스터링하여 80톤의 대용량 추력을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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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ICBM 개발 능력 면에서 본다면 재진입체를 제외한 다른 요소기술은 상당히 성숙한 기술 수준으로 볼 수 있으나, 마하 2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대기권에 진입하여 발생하는 고열과 충격이 예상되는 전형적인 ICBM 운용환경에서의 완전한 재진입체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실험하지 않은 데스크 검증 방식으로 많은 개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북한이 설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대기권 초입이나 밖에서 터트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 북한이 과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원폭과 같은 전통적인 핵사용이 아니라 고도 40~50㎞ 이상에서 핵탄두를 기폭 시켜 핵 EMP를 발생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재진입체 기술에 대한 논쟁은 더는 의미가 없다. 이러한 고도에서는 대기특성상 재진입체가 극복해야 하는 온도가 6000~700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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