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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인 못 산다던 아내, 왜 너 때문에 못 산다고 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43)

살면서 할 수 있는 것 중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말, 글, 걷기, 자전거, 수영 등 대부분 배워야만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배우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결혼과 육아다. 배우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패기만만하게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좌충우돌 실수투성이고 때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국내 1호 가정행복코치인 이수경(63) 회장의 의견이다.

이 회장은 중견기업의 임원을 거친 후 직접 창업하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기업경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행복한아버지모임’을 9년째, ‘둘이하나데이’를 4년째 개최하고 있다. 두 모임 합쳐 곧 100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가정의 행복을 위해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지속하고 있다. 스스로 기업인보다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로 불리기를 원하는 이유다.

결혼도 배워야 하고 가정도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0년 가까이 약 100회의 가정행복을 위한 모임을 열고 있는 국내1호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회장. [사진 이수경]

결혼도 배워야 하고 가정도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0년 가까이 약 100회의 가정행복을 위한 모임을 열고 있는 국내1호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회장. [사진 이수경]

경영하고 있는 회사 ‘짚라인코리아㈜’에서는 부회장인데 사람들이 회장으로 부르는 이유가 뭔가요?
제가 9년째 51회를 열고 있는 ‘행복한 아버지 모임’의 회장입니다. 기업인으로 불리기보다 ‘행아모’의 회장으로 불리는 것이 좋아서 그렇게 소개를 해 왔습니다. 행아모 외에 개최하고 있는 또 하나의 모임이 얼마 전 44회로 4주년을 맞이한 ‘둘이하나데이’입니다. 남자와 여자 둘이 부부로 하나가 된다는 뜻인데, 첫 모임을 2015년 3월 21일에 개최했습니다.

참고로 세계 부부의 날이 5월 21일입니다. 행아모는 두 달에 한 번씩, 둘이하나데이는 매월 21일에 열고 있습니다.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정보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것이죠.

이런 모임을 시작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결혼 11년 차이던 1993년 어느 날 제가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어요. 회사에서 부장으로 일찍 승진해서 바쁘게 살고 있던 때였죠. 3년마다 차를 바꾸고, 5년마다 집도 넓혀가며 잘살고 있었죠. 아니 잘살고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아내는 아니었던 거에요.

하루는 부부 세미나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뭐 그런 데를 가느냐고 펄쩍 뛰었죠. 우리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데를 가느냐고요. 아내가 소원이라면 꼭 한 번만 가자고 해서 거의 끌려가다시피 갔어요. 가서도 불만 가득히 비스듬히 앉아 듣는 둥 마는 둥 했어요. 그런데 강의를 들으며 제 자세가 점점 바르게 되더라고요. 속으로 ‘이거 봐라? 뭐 이런 강의가 있나?’ 했죠. 알고 보니 제가 문제가 많은 가장이었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충격을 받으신 건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승진 빨리하고, 돈 잘 벌어다 주고, 아이들 문제없이 크니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저는 가정에서 이기려고 하고 군림하려고 하는 가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니 아내와 아이들이 행복할 수가 없던 거죠. 강의를 들으며 가정에서 지는 것과 섬기는 것,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지났으니 이렇게 덤덤하게 얘기하죠, 그때의 충격은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였어요.
얼마 전 4주년 44회 개최를 맞이한 ‘둘이하나데이’. [사진 이수경]

얼마 전 4주년 44회 개최를 맞이한 ‘둘이하나데이’. [사진 이수경]

세미나에 참석한 것이 1993년이고, 처음으로 모임을 개최한 것이 2010년입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세미나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바로 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나름대로 바뀌려고 노력은 했어요. 예를 들어 아내가 저를 짜증쟁이라고 불렀는데, 짜증이 날 때마다 ‘감정수첩’에 적으면서 화를 삭이고는 했죠. 교회에서 가정행복코치로 강연 봉사도 시작했고요. 저도 부족하지만 배운 것을 나누기 위한 노력이었어요.
그럼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을 하다가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모임을 연 것인가요?
아니죠. 그 사이 저에게 인생의 큰 위기가 찾아왔어요. 40대 초에 임원으로 승진하고 계속 잘 나가다가 2006년에 퇴직을 하게 됐어요.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일찍 퇴직한 것이죠. 한 10년은 더 직장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큰 충격이었어요. 이후 동업자의 제안으로 짚라인코리아㈜를 함께 창업했는데 노력도 했지만, 운도 따라서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인생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나니 성공, 성취 모두 부질없고 가치 있는 인생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찾아오더군요. 이때부터 깨달음과 경험을 나누자는 결심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정행복코치로 나선 겁니다. 2010년에 처음으로 행아모를 개최하고, 2013년에 ‘가정행복코칭센터’를 열었지요.

가장 나누고 싶은 깨달음과 경험은 한 마디로 무엇인가요?
결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좌충우돌 하면서도 운이 좋아서 잘 헤쳐나올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하지 않습니까. 뒤돌아보니 결혼하기 전에 부부가 같이 이루고자 하는 꿈, 두 가문의 결합, 양가 부모에 대한 처신,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 재정문제, 성 문제, 대를 잇는다는 것, 자녀의 결혼, 노년 생활, 죽음에 이르기까지 미리 배울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연 때마다 ‘행마배실!’ 이라고 외칩니다.
많은 아버지, 부부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회가 된 행아모(위)와 둘이하나데이(아래). [사진 이수경]

많은 아버지, 부부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회가 된 행아모(위)와 둘이하나데이(아래). [사진 이수경]

행마배실, 무슨 뜻이죠? 행은 행복인 것 같은데요.
행복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배운 만큼, 실천한 만큼, 마지막이 중요한데요. 딱! 그만큼만 맛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 나름대로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느낀 깨달음이죠. 아직 기회가 있는 분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싶어서 10년 가까이 100회 가까운 모임을 열고 있는 겁니다.

더 많은 분과 나누고 싶어서 책도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차라리 혼자 살 걸 그랬어』 두 권을 냈는데요, 인세도 모두 사랑의 열매, 한국가정사역협회 등을 통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꾸준히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인데요, 그렇게 문제 많은 아버지, 부부들이 많습니까?
많지요. 하지만 정작 모임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별문제가 없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헬스클럽에 가면 몸 좋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운동하듯이, 저희 모임에도 문제없는 분들이 더 열심히 오시죠. 그러나 예전의 저처럼 간혹 한 분, 한 쌍이라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큰 보람을 느끼며 지속하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4주년 둘이하나데이 때 지인 소개로 처음 참석한 부부가 그런 예입니다. 프라이버시로 자세한 말씀은 못 드리지만 모임 후에 소개해 준 지인에게 문자로 그랬다네요. ‘세상에 이런 모임이 다 있네요? 앞으로 남편으로, 아빠로 열심히 살게요!’라고. 누군지 딱 기억이 났습니다. 앞에서 강의하면서 얼굴만 봐도 딱 압니다. 과거의 제가 그랬으니까요.

주례도 많이 서실 것 같은데요, 보통과는 다른 주례사가 기대됩니다.
주례는 짧을수록 좋잖아요? 특별한 건 없지만, 주례 부탁받을 때 부부에게 행복서약서를 받습니다. 서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주례를 서 주지 않죠. 가장 중요한 대목이 ‘우리는 서로에게 정직하기로 맹세합니다.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성적으로 서로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정직할 것입니다. 내가 정직하지 않는 한, 배우자에게도 정직을 요구할 권리가 없음을 인정합니다’입니다.
행복서약서 [사진 이수경]

행복서약서 [사진 이수경]

모임을 개최해 오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요.
어떤 사람들은 돈이 되니까 계속하지 이런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모임은 한 번 할 때마다 적자지요. 노쇼(no show)를 막기 위해 소정의 참가비를 받기는 합니다만, 대관료, 준비물, 애프터 등 하면 제 돈이 더 들어가지요.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었으면 매달, 두 달에 한 번씩 10년 동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실 이런 일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겁니다. 국가가 하지 않으니 제가 한다는 사명으로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이죠.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행아모와 둘이하나데이를 계속 개최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고요. 조만간 ‘꼰대탈출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여력이 있지만, 폐기물이 되어 가고 있는 이 세상의 꼰대들에게 꼰대에서 벗어나 평생 현역으로 살게 해 주고 싶습니다. 저의 그간의 경험을 살려서 버려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을 아낌없이 나눌 예정입니다. 응원해 주세요.

이상원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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