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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30m 강풍타고 산불 속초·고성 덮쳤다… 사망자 2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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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일 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이 차량 뒤로 대피해 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뜨거운 불길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이 차량 뒤로 대피해 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뜨거운 불길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강원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이 콘도와 민가 주변까지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주민들에겐 대피령이 내려졌고 속초 한화콘도 현관이 불에 타는 재산피해도 잇따랐다. 건조경보가 발효 중인 현지에선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소방당국이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고성 도로에서 남성 사망, 불은 속초 시내까지 번져 #“불 속 갇혀 있다” 구조요청, 콘도 투숙객 긴급 대피 #청와대 총력대응 지시, 고성 변압기 폭발 화재 원인 #소방청 '대응 3단계' 전국 소방장비 동원, 진화 난항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 강원교육청은 속초지역 모든 학교에 휴업령을 내렸다.

강원도와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17분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미시령로)의 한 주유소 맞은편 변압기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불이 인근 산으로 옮겨붙었다.

산불이 옮겨 붙어 전소된 버스. [연합뉴스]

산불이 옮겨 붙어 전소된 버스. [연합뉴스]

긴급 진화에 나선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9시44분 고성산불에 최고수준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물탱크와 소방차 등 장비 36대와 소방대원·공무원 등 28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소방청은 서울과 경기·충북 등 강원도 인접 지역은 물론 전국 소방서에 긴급 지원을 지시했다.

이날 도로변에서 발생한 불은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인근 주유소와 일성콘도로 향했다. 불과 1시간 만에 5㎞가량 떨어진 곳까지 확산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고성군은 원암리와 성천리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산불은 인접한 속초시로도 번졌다. 속초시는 바람꽃마을 끝자락 연립주택 주민 등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한화콘도와 장천마을 인근 주민들에게도 ‘청소년수련관으로 대피하라’는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영랑동과 장사동 사진항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고성과 속초에서는 대피한 주민이 1400여 명에 달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산불로 고성군 토성면 도로에서 김모(60)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2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불은 속초고교 기숙사로 옮겨붙기도 했다. 속초고 관계자는 “2학년은 수학여행 중이고 1·3학년 중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이 오후 8시쯤 대피했다”고 말했다.

불 때문에 갇혀 있다는 구조 요청도 잇따랐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에선 버스에 승객 30여 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인근에 유류탱크가 있는 아스콘 공장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속초시 장사동에서는 관광버스가 불에 탔다.

해가 지면서 바람까지 강해져 진화작업은 난항이 계속됐다. 야간에는 헬기투입이 어려워 소방당국은 번지는 불길을 지켜보며 저지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무리한 진화보다는 방어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속초고 기숙사 산불 옮겨붙어 … 버스승객 30명 한때 고립

4일 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 인근 야산에서 변압기 폭발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인근 리조트로 번지고 있다. [뉴스1]

4일 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 인근 야산에서 변압기 폭발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인근 리조트로 번지고 있다. [뉴스1]

노인들이 머무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50여 명이 입원 중인 고성 까리따스요양원에서는 대피를 준비했다. 속초의료원에는 구급차와 경찰차 등을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불이 난 고성에서 속초로 들어오는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산불 위험 지역에서 대피하려는 행렬이다.

불이 번진 지역 곳곳에서 건물이 불에 타면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 속초 지역의 습도는 22% 수준으로 매우 건조한 상태다.

앞서 이날 오후 2시45분쯤에는 강원도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약수터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졌다. 소방당국은 헬기 6대와 공무원 등 400여 명을 투입, 진화작업을 벌였다.

동광중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 [연합뉴스]

동광중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 [연합뉴스]

화재 상황이 급박해지자 인제군은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남전리 등 17가구 35명의 주민을 인근 부평초교로 긴급 대피시켰다. 마을을 뒤덮은 연기로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며 “민가 쪽으로 산불이 번지면서 주민 대피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에선 이날 최대 순간풍속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었다, 이날 바람은 경포호에서 지름 30㎝ 정도의 버드나무를 부러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속초에서는 어른이 서 있기 어려울 정도여서 시민들이 귀가를 서둘렀다.

고성=박진호 기자, 신진호·백경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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