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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시피 찾았다, 황홀했던 제주도 전복돌솥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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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19)

내가 사랑에 빠진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가 전복돌솥밥이다. 제주도 르네상스호텔 부근에서 맛보았던 전복돌솥밥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중앙포토]

내가 사랑에 빠진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가 전복돌솥밥이다. 제주도 르네상스호텔 부근에서 맛보았던 전복돌솥밥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중앙포토]

2번째 서른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사랑에 푹 빠진 음식이 몇 개 안 된다. 그중 하나가 전복돌솥밥이다. 제주도 용두암 부근 르네상스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걸리는 골목길에 있던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시켰다. 먹고 나서 황홀감을 느꼈다.

밥이 어찌나 찰지고 고소하던지! 양념장에 비빈 전복밥을 한 숟가락 가득 입에 넣어 씹으니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그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전복의 향과 감칠맛 그리고 서서히 입안을 감싸는 양념장의 자극이 어우러져 행복 이상을 선사했다.

14년 전인 2006년 봄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전무 시절 사무국장과 함께 제주도 골프장 답사 차 내려갔다. 당시 르네상스호텔 사장의 안내를 받아 전복돌솥밥과 조우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르네상스호텔은 제주도에서 열리는 미국 LPGA 골프대회 등에 숙박협찬을 하는 스폰서였다.

호텔 사장은 2005년 KLPGA 대상을 받은 제주도 출신 송보배 프로의 열성팬이었다. 그는 호텔 내 헬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하는 세계 1위 여자 골프여제 소렌스탐의 체력단련 장면을 몰래 비디오로 찍어 송보배 프로한테 알려줄 정도였다.

제주도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재현해 보기로 했다. 전복돌솥밥을 하기 위해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들러 전복, 새우, 낙지 등을 샀다. [사진 민국홍]

제주도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재현해 보기로 했다. 전복돌솥밥을 하기 위해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들러 전복, 새우, 낙지 등을 샀다. [사진 민국홍]

그 덕분에 전복돌솥밥의 맛을 알게 되었고, 최고로 각인된 그 음식점의 맛이 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해 내내 직접 그 맛을 재현시켜 봐야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겨울이 다가올 무렵 번뜩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인터넷을 켜면 모든 요리의 레시피가 다양하게 소개되는 요즘 같지 않아 레시피를 알아내는 게 쉽지 않던 시절이다.

전복을 사다가 얇게 썰어 다진 마늘과 함께 참기름에 볶고 이를 밥할 때 올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복내장을 즙처럼 만들어 밥물에 섞고 다진 마늘에 볶은 전복을 불린 쌀 위에 넣고 밥을 해보았다. 그때는 음식 실력이 지금만 못해 압력밥솥을 이용했다.

한 숟갈 들어보니 제주도에서 먹어본 전복돌솥밥과 싱크로율 99%였다. (지금 돌이켜 보건대 90% 이상 정도에 불과했을 것이다) 너무 맛있고 해낸 게 자랑스러워 속으로 '만세! 만만세!'를 외쳤다. 이때부터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한테 요리에 관한 한 엄청난 DNA가 있다고 허풍을 쳤고 실제로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돌솥밥에 꽂혀 돌솥밥 맛집으로 유명한 ‘조금’이란 음식점도 자주 찾게 되었다. 인사동에 있는 이 집은 일식 돌솥밥을 내놓는데 전복돌솥밥과 양송이돌솥밥이 대표 메뉴다. 은근한 감칠맛, 원재료의 맛과 향기를 제대로 살린 독보적인 맛집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집의 돌솥밥처럼 나도 달달하고 은근한 감칠맛을 내보고 싶었고 여러 번 나 나름대로 연구를 해보았다. 조리학원에 다니면서 한식, 일식, 중식, 양식을 배웠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음식을 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요즘에 하는 전복돌솥밥의 레시피를 완성할 수 있었다.

전복돌솥밥을 하기 전에 전복, 새우, 낙지, 은행, 양송이를 준비했다(왼쪽). 전복돌솥밥이라기 보다는 해물돌솥밥에 가깝다(오른쪽). [사진 민국홍]

전복돌솥밥을 하기 전에 전복, 새우, 낙지, 은행, 양송이를 준비했다(왼쪽). 전복돌솥밥이라기 보다는 해물돌솥밥에 가깝다(오른쪽). [사진 민국홍]

4인분 기준이다. 제법 큰 전복을 2~3개를 얇게 썰고 내장은 잘게 으깬다. 다진 마늘 1T와 올리브오일 1T를 넣고 살짝 볶는다. 은행을 6개 볶는다. 양송이 50g을 얇게 썰어 준비해놓는다. 쌀은 2 컵(200cc)을 불린다.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가쓰오부시, 올리고당 1T, 약간의 소금을 넣은 뒤 채로 걸러내 밥물을 준비한다.

돌솥에 쌀을 넣고 그 위에 전복, 내장, 양송이, 은행을 올린 뒤 2.5 컵의 밥물을 넣는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우려낸 것은 감칠맛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원래 쌀과 물의 양은 1대 1로 넣는데 쌀을 30분 정도 불리면 2.5컵 정도 된다.

밥이 다 되면 참기름 1/2T를 둘러 골고루 섞은 뒤 뜸을 들인다. 참기름을 넣는 것은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전복의 비린내를 완전히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복 돌솥 밥에 할 때 낙지, 오징어, 새우등을 곁들여도 무방하다. 다른 해물을 추가하면 해물 돌솥 밥으로 변한다.

며칠 전 전복돌솥밥을 했는데 마침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녀를 데리고 집에 들러 저녁을 같이했다. 손녀가 양념장에 비빈 전복돌솥밥이 너무 맛있다면서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할아버지를 치켜세웠다. 돌아갈 때 1인분 정도를 담아 주었는데 딸이 다음날 아침밥으로 사위에게 내줬다.

그런데 손녀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손녀가 “그렇게 맛있는 것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아빠한테 다 주다니 딸을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야!”라면서 눈을 흘기더라는 게 딸의 전언이다. 손녀가 정말 귀엽고 음식을 하는 보람이 있다.

완성된 전복돌솥밥(위). 전복돌솥밥에 청국장과 데친 두릅을 곁들여 봄맞이 저녁상을 차렸다(아래). [사진 민국홍]

완성된 전복돌솥밥(위). 전복돌솥밥에 청국장과 데친 두릅을 곁들여 봄맞이 저녁상을 차렸다(아래). [사진 민국홍]

[정리] 전복돌솥밥 만드는 법(4인분 기준)

[재료]
(* 낙지, 오징어, 새우 등 다른 해물을 곁들여도 좋다.)

큰 전복 2~3개, 올리고당 1T, 다진 마늘 1T, 올리브오일 1T, 물 2.5컵, 참기름 1/2T, 은행 6개, 양송이 50g, 쌀 2컵(200cc), 다시마, 가쓰오부시, 소금

[방법]
(*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우리면 감칠맛이 생긴다.)
(* 참기름은 전복의 비린내를 완전히 잡아준다.)

1. 전복을 얇게 썰고 내장은 잘게 으깬다.
2. 양송이 50g을 얇게 썰어 준비해놓는다.
3. 쌀은 2 컵(200cc)을 불린다.
4. 올리브오일 1T를 넣고 다진 마늘 1T과 은행 6개를 볶는다.
5.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가쓰오부시, 올리고당 1T, 약간의 소금을 넣은 뒤 채로 걸러내 밥물을 준비한다.
6. 돌솥에 쌀을 넣고 그 위에 전복, 내장, 양송이, 은행을 올린 뒤 준비해 놓은 밥물 2.5 컵을 넣고 밥을 한다.
7. 밥이 다 되면 참기름 1/2T를 둘러 골고루 섞은 뒤 뜸을 들인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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