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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보러 미세먼지 청정지역 강릉 동해안 찾는 ‘피미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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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저동 경포대충혼탑. 벚꽃을 보기 위해 경포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박진호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저동 경포대충혼탑. 벚꽃을 보기 위해 경포대를 찾은 관광객들이 벚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박진호 기자

“벚꽃과 함께 탁 트인 바다도 보고, 미세먼지에서도 벗어나니 좋네요.”

경포호 3.9㎞ 구간 1000그루 벚나무 보러 관광객 몰려 #미세먼지 극심했던 2월 강릉선 KTX 열차 점유율 52.3% #성수기인 지난해 8월 53.1%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수치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저동 경포대충혼탑. 수백명의 관광객이 봄의 전령사 벚꽃이 활짝 핀 벚나무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세먼지 없는 맑고 파란 하늘과 연분홍 벚꽃이 어우러지면서 곳곳에서 탄성이 이어졌다.

김미선(32·여·서울)씨는 “강릉이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라기에 가족과 함께 벚꽃도 볼 겸 경포대를 찾았다”며 “그동안 벚꽃 하면 진해의 군항제, 제주왕벚꽃축제가 먼저 떠올랐는데 이젠 강릉 경포대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미세먼지를 피해 강릉 등 동해안으로 탈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백두대간을 경계로 서쪽은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지만, 동쪽은 비교적 오염도가 낮은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벚꽃이 활짝 핀 1000그루의 벚나무가 있는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모습. [사진 강릉시]

벚꽃이 활짝 핀 1000그루의 벚나무가 있는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모습. [사진 강릉시]

코레일과 한국은행 강릉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대란이 일어났던 지난 2월 강릉선 KTX 좌석 점유율은 52.3%였다. 이는 동해안 성수기인 지난해 8월 점유율 5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점유율은 강릉역 하차객 기준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세먼지를 피해 강릉을 찾는 ‘피미족(미세먼지를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매년 15만명가량이 벚꽃축제를 찾았는데 올해는 청정 이미지 덕분에 25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포호수 쪽으로 자리 옮기자 탁 트인 호수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벚꽃이 만든 터널을 달리는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강릉의 미세먼지 농도는 ㎥당 1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초미세먼지는 10㎍으로 ‘좋음’이었다.

가족과 함께 경포대를 찾은 장모(37·춘천)씨는“아이들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긴 벚꽃길을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이 벚꽃길은 3.9㎞로 주변에 심겨 있는 벚나무만 1000그루가 넘는다. 특히 야간에는 경포호 500m 구간에 LED 조명이 켜져 ‘감성 벚꽃 로드’를 감상할 수 있다.

벚꽃이 활짝 핀 1000그루의 벚나무가 있는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야경. [사진 강릉시]

벚꽃이 활짝 핀 1000그루의 벚나무가 있는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야경. [사진 강릉시]

강릉시는 경포호수 주변을 벚꽃 명소로 만들기 위해 1993년 4월부터 ‘경포벚꽃잔치’ 이어왔다. 지난 2일 시작된 올해 축제는 오는 7일까지 경포대 일원에서 펼쳐진다. 축제장에선 벚꽃 음료, 벚꽃노리(근현대 복장 체험), 캘리그라피 등 벚꽃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 스마트폰으로 나만의 벚꽃을 키우면 푸짐한 경품이 지급되는 ‘AR벚꽃 이벤트’도 이어진다. 이 이벤트에 참여하면 주얼리와 기념 텀블러 등 푸짐한 경품을 받을 수 있다. AR벚꽃 이벤트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KFestAR’앱을 설치 뒤 실행하면 된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미세먼지 없는 강릉에 오면 벚꽃축제 외에 계절마다 다양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6월엔 천 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가, 10월엔 10년을 넘어선 강릉커피축제가 펼쳐진다”며 “최근엔 영풍문고와 2조원 규모의 금진온천휴양지구 개발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테마와 주제가 있는 관광지도 적재적소에 조성해 즐거움과 휴식이 있는 사계절 체류형 관광도시 강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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