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과 종신보험, 노후자금 부족할 때 쓰는 회심의 카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5)

퇴직한 김 부장은 서울의 자가 아파트에서 노모를 모시며 부인, 대학생 딸, 아들과 살고 있다. 집 근처에서 조그마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고 한다. [사진 pxhere]

퇴직한 김 부장은 서울의 자가 아파트에서 노모를 모시며 부인, 대학생 딸, 아들과 살고 있다. 집 근처에서 조그마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고 한다. [사진 pxhere]

지난 회까지 우리 집의 은퇴설계와 관련해 세 가지 사전점검 사항과 두 가지 첫 단추를 알아보았다. 이제 작년 말 퇴직한 중견기업 부장의 실제 은퇴설계 과정을 따라가 보자.

김 부장(55)은 서울의 자가 아파트에서 노모(84)를 모시며 부인(51), 대학 3학년 딸(20), 대학 1학년 아들(18)과 살고 있다. 퇴직한 김 부장은 집 근처에서 조그마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려고 한다.

김 부장의 재산 상황을 살펴보면 시가 8억원 아파트(대출 1억원)를 보유하고 있고 6년 전 중간정산한 퇴직금은 3000만원 정도 남아 있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 1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금이 약 3000만원 있고, 차이나펀드는 반 토막 나 2000만원(평가금액), 6개월마다 롤오버되는 ELS(주가연계증권)에 2500만원 정도가 들어 있다. 그리고 20년 전 가입해 보험료 납입이 끝난 종신보험(사망 2억원)을 갖고 있다. 프랜차이즈에서는 향후 10년간 매월 300만원 정도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은퇴 후 10년간 자산 운용이 관건

김 부장이 생각할 때 은퇴 후 월 240만원 정도 생활비를 쓰다가 아이들이 출가한 70대 이후에는 월 150만원, 80세 이후는 약 100만원 정도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 사업자금으로 약 1억원, 두 아이 학비로 4년간 6000만원, 아이들 결혼(만 30세 전후) 지원금 1억원 정도 책정해 놓았다. 어머니와 부부의 의료비로 향후 약 30년 동안 매년 300만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현황을 금융회사의 온라인 은퇴설계시스템에 단순하게 넣어보면 은퇴 후 필요자금은 10억5000만원, 준비자금 7억7000만원, 부족자금은 2억8000만원 나온다. 김 부장의 은퇴설계 내용을 평가해 보면 준비자금 점수 73점, 현금흐름 점수 70점, 안전성 점수 80점으로 전체 은퇴준비지수는 73점이다.

이런 식의 단순한 은퇴설계를 근거로 보통은 부족한 은퇴자금 2억8000만원 마련을 위해 적어도 월 100만원 이상 10년간 불입하는 연금보험이나 적금, 적립식 펀드 등이 추천되곤 한다.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앞의 은퇴설계에서 보유한 집이나 종신보험(1억원) 등은 은퇴자금이 아니므로 은퇴설계에는 직접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한 은퇴준비 상황은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추가 적립을 하지 않고도 필요하면 종신보험을 해약하거나 집을 조금 줄여 2억8000만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매월 100만원의 추가 적립은 은퇴 후 현금흐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마치 매일 세끼를 라면만 먹고 돈을 아껴 모아 한우를 사 냉동실에 몇 년이고 쌓아 놓고 정작 본인은 영양실조 걸리는 형국이다.

김 부장의 은퇴설계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월 300만원 수입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기대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업이 예상과 달리 잘 안 풀리면 준비자금 8억원에서 약 3억원 이상이 날아갈 수 있다. 추정한 준비자금에서 확실하지 않은 사업소득의 비중이 너무 높아 사업소득을 빼면 김 부장의 은퇴준비지수는 50% 밑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만일에 대비해 사업소득을 대체,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대부분의 은퇴자가 그러하듯이 김 부장도 국민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은퇴 후 지출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은퇴생활비, 사업자금, 교육비, 결혼자금, 어머니 의료비가 모두 10여년 사이에 집중된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은퇴 크레바스 기간이다.

결국 김 부장의 은퇴자산관리는 은퇴 후 10년간 재산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가의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둘째가 결혼하는 2032년까지 13년간 필요한 자금(6억9000만원)이 부인의 예상 생존 기간 (2055년까지 36년) 동안 필요한 자금(10억5000만원)의 66%에 달한다. 따라서 은퇴자금 전체의 과부족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은퇴자금의 가용기간을 향후 13년 이내로 집중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2032년까지의 기간을 잘라 은퇴자금의 현황을 살펴보자. 이 기간에 필요자금은 약 6억9000만원이지만, 사업소득을 10년이 아닌 3년만 계산(프랜차이즈를 3년 하고 접는다는 가정)하면 가용 준비자금은 2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는 4억3000만원이나 부족하게 된다.

장롱 뒤져 노는 자산 찾아라

김 부장이 먼저 착수해야 할 조정은 필요자금을 줄이는 것이다. 생활비를 월 200만원으로 줄이고 사업자금도 1000만원 정도 줄여 이 기간에 필요자금을 6억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김 부장이 먼저 착수해야 할 조정은 필요자금을 줄이는 것이다. 생활비를 월 200만원으로 줄이고 사업자금도 1000만원 정도 줄여 이 기간에 필요자금을 6억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김 부장이 먼저 착수해야 할 조정은 필요자금을 줄이는 것이다. 생활비를 월 200만원으로 줄이고 사업자금도 1000만원 정도 줄여 이 기간에 필요자금을 6억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추가로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 조정은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찾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추가로 받아 초기 사업자금(9000만원)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투자 운용해야 한다.

세 번째 조정은 장롱을 뒤져 놀고 있는 재산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미 성인이 되었으니 사망 시에나 받게 되는 종신보험을 해약해 그 자금(9000만원)을 운용하는 것이다. 30년 뒤 2억원 사망보험 받으면 현재가치로 보면 1억원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네 번째 조정은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종신보험 해약 자금, 퇴직금과 기존 투자상품 매각 자금을 모두 모은 1억8000만원을 연 8% 정도 수익률의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자녀 결혼 등에 맞춰 5년마다 해외채권을 부분 매각한다고 가정할 때 이자를 합쳐 약 3억2000만원이 기대된다. 만일 다행히 사업소득이 당초 계획대로 생긴다면 해외채권의 일부를 매각하여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하면 된다.

이러한 자금조정을 하면 준비자금 점수는 100점, 현금흐름 점수는 90점, 안전성 점수는 70점으로 자금의 수급이 상당히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다만 투자위험은 당초보다 다소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사업 리스크를 금융투자 리스크로 대체한 셈이다.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2032년 이후는 필요자금과 준비자금이 매우 단순해진다. 추가 필요자금은 3억6000만원이지만,  국민연금 평가액 2억6000만원을 고려할 때 약 1억원이 부족하게 된다. 이 시점(남편이 만 68세)에선 아예 집을 팔고 작은 집(시가 4억원)으로 옮겨 2억원의 대출을 갚고 나머지 1억원은 추가 의료비 등 비상자금으로 운영할 수 있다. 집은 나중에 상속하면 된다.

또 다른 방안은 집을 줄이 돼 대출금만 없애고 시가 6억원의 집으로 옮겨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월 160만원을 수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국민연금을 합치면 월 260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상속할 집은 없어지지만 이 시기부터는 여행이나 버킷리스트 등의 진정한 은퇴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음 회에서는 좀 더 복잡한 또 다른 은퇴설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