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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대통령 앞에서 운 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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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했다.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왼쪽 사진)가 ’정권이 바뀌고 많은 기대를 했지만 정부가 청년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단편적이다. 청년 비정규직 문제에 힘을 쏟아 달라“며 울먹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했다.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왼쪽 사진)가 ’정권이 바뀌고 많은 기대를 했지만 정부가 청년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단편적이다. 청년 비정규직 문제에 힘을 쏟아 달라“며 울먹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진보·보수를 망라한 80여 개 시민단체 대표 1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지지율 이탈의 핵심 축인 청년 단체는 물론 보수 단체까지 불러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 통합 의지를 부각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모두에서 “촛불혁명 이전의 시민사회와 정부는 반대자 입장에서 비판하던 관계였다면, 이후에는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고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동반자적 관계가 돼야 한다”며 시민단체의 협조를 요청했다.

“청년 정책 좀 챙겨달라” 호소 #청년 눈물 뒤 간담회 비공개 전환 #보수 “촛불에 탈수있다 위기감을” #진보 “정부 재벌개혁 의지 약해져”

그러다 청년 실업난 등에 대한 분노가 간담회에서 표출되면서 분위기가 엄중해졌다.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 정책은 행정실무 중심 논의에 빠져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엄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부처의 준비나 의지는 약하고 대처도 부족하다”며 내내 울먹였다. 그는 “(청년 정책에 대해선) 담당 비서관도, 담당 부서도 없어서 이것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저희는 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다. 이런 것들을 좀 챙겨 달라”고 호소했다.

엄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청와대는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간담회에선 보수 진영 인사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이갑산 상임공동대표는 “이 자리 참석을 두고 보수단체로서 ‘들러리 서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며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촛불에 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민심을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논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 “다름을 인정해야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와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참석하는 것이 고민스러웠다는 말씀에 송구스럽다”며 “진보(단체)이기 때문에 좀 더 정부와 가깝다거나 보수라서 멀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 달라. 이제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은 필요없는 시대고, 국가 발전을 위해 실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 의지를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며 “원래 ILO(국제노동기구)가 임금주도 성장을 주창했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으로 족보있는 이야기”

이어 “소득주도라고 한 것은 임금 노동자 중심인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소득을 높이고 생계비를 낮추며 일자리를 늘려 주는 것이 다 포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체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용 밖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낮아져 양극화 해소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사회안전망까지 제대로 구축하는 데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해졌다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고,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중장기 재정개혁 로드맵을 만든다던 재정개혁특위는 관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 “북·미 양국은 과거처럼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며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방미(1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는 대화의 동력을 이른 시일 내에 되살리려는 한·미 간 노력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힌 길이면 뚫고 없는 길이면 만들며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간 평화 프로세스가) 남·북·미 정상의 결단과 합의로 시작됐고, 정상들 간 신뢰와 의지가 이 여정을 지속시켜 왔다”며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거듭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노력에 북한도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에서 한·미 동맹 간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다”며 “양국은 60년 넘는 동맹 역사에 걸맞은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에도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간 균열을 우려하는 최근 여론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견인할 대책을 갖고 (미국에)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미 정상회담의 목표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설사 (대책이) 있더라도 협상 전략이어서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11월 25~27일 부산에서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의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이 필요하다고 모두 동의하면 북쪽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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