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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한국GM·포르쉐·JLR에게 ‘뼈아픈 질문’ 던졌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GM·BMW·JLR·포르쉐 최고위급 경영자 인터뷰 

2019 서울모터쇼. 고양 = 김현동 기자

2019 서울모터쇼. 고양 = 김현동 기자

국내 최대 자동차 전시회 서울모터쇼가 4월 7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 중이다. 올해 서울모터쇼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면서 국내·외 자동차 업계 유명 인사도 대거 서울모터쇼를 방문했다. 중앙일보는 3월 28~29일 서울모터쇼를 찾은 4인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를 인터뷰했다.

BMW·제너럴모터스(GM)·포르쉐·재규어랜드로버 등 본지와 인터뷰한 4개사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GM은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내수 판매량이 급감했고, BMW그룹코리아도 지난해 연쇄 화재가 발생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와 판매량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또 재규어랜드로버는 서비스, 포르쉐는 인증 문제로 한때 논란을 낳았었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최고고객·AS책임자. 고양 = 문희철 기자.

시저 톨레도 한국GM 최고고객·AS책임자. 고양 = 문희철 기자.

서울모터쇼에서 만난 최고경영자급 인사들에게 아픈 부분에 대해 ‘돌직구’를 던졌다. 이들이 내놓은 문제의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최고고객·AS책임자(CCAO·부사장)는 최근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결국 한국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신차를 내놓는 것만이 GM이 한국 시장에서 원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 고객의 요구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받는데 집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는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한국GM이 선보였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역시 한국 고객의 마음을 가장 잘 사로잡을 수 있는 전략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시저 부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한국 고객의 니즈(needs·요구사항)”라며 “하반기 트래버스·콜로라도 수입판매를 결정한 것도 설문조사에서 한국 고객이 가장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쉐보레 브랜드가 워낙 다양한 차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 피드백을 확인해서 한국 시장에서 제품 선택의 여지를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모터쇼에서 사과한 피터 노타 BMW그룹 브랜드·세일즈 총괄. [사진 BMW그룹코리아]

서울모터쇼에서 사과한 피터 노타 BMW그룹 브랜드·세일즈 총괄. [사진 BMW그룹코리아]

피터 노타 BMW그룹 브랜드·판매·애프터서비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일단 사과부터 했다. 독일 BMW 본사의 2인자인 그는 “(화재 사태에 대해) 불편과 우려를 초래해서 BMW그룹의 임원진을 대표해 한국 고객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한국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은 GM과 똑같았다. 이를 위한 전략은 한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피터 노타 총괄은 “BMW그룹은 한국에서 부품 등 구매·조달 규모를 2018년 대비 3년 후 55% 확대하는 등 한국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이미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을 선택하고, 최근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한국의 2개 기업과 계약했다”고 강조했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기 위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한국서 판매량이 급신장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겸허하게 털어놓으며 “올해는 전사적으로 서비스 기반시설 확장에 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부문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연말까지 37개의 서비스센터와 345개의 워크베이(차량 정비 공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1달에 2만대 이상의 차량을 서비스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한다.

또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인 일명 ‘한국형 레몬법’을 2019년 1월 1일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레몬법은 신차가 계속 같은 고장을 일으킬 경우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다.

마이클 키르쉬 포르쉐코리아 대표. [사진 포르쉐코리아]

마이클 키르쉬 포르쉐코리아 대표. [사진 포르쉐코리아]

포르쉐는 2017년 환경부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서 출고 지연 사태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마이클 키르쉬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당시 우리가 실수했고, 이를 규제 당국에 보고했고, 처벌도 받았다”며 “하지만 덕분에 내부적인 인증 절차 전반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한국에서 인증 담당자 그룹을 지정하고 컨설팅을 받는 등 인증 절차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출시한 파나메라 하이브리드는 비교적 수월하게 인증받았다”며 과거 사태가 새옹지마(塞翁之馬)였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는 이제 한국 시장에서 가장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백정현 대표는 “재규어의 전통적인 디자인과 공간감이 합리적인 재규어 특유의 경제성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많은 소비자가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고, 마이클 키르쉬 대표는 “자동차 1~2대 덜 팔더라도 포르쉐 브랜드에 만족하는 고객을 유지·확보하는데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백정현 대표가 28일 서울모터쇼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백정현 대표가 28일 서울모터쇼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한편 이들은 인터뷰에서 일제히 한국 시장에서 선보일 신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백정현 대표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내년초 랜드로버 디펜더를 국내서 판매한다”고 최초로 밝혔다. 디펜더는 지프 랭글러,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와 함께 험로 주행의 ‘3대장’으로 꼽히지만, 아직 한국서 공식 판매한 적은 없는 모델이다.

마이클 키르쉬 대표는 오는 9월 글로벌 출시 예정인 포르쉐 역사상 최초의 순수전기차 타이칸에 대해서 귀띔했다. 그는 “(출시되지 않은) 타이칸을 이미 운전해봤다”며 “인증을 예정대로 받는다면 내년 초 국내 소비자도 직접 타이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저 톨레도 부사장은 “내년 한국 시장에 신규 출시할 신차는 아직 전 세계에서 출시한 적 없는 글로벌 신형 SUV”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지금까지 내년 한국 시장에서 출시할 차량은 초대형 SUV 타호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대해서 시저 톨레도 부사장은 “글로벌 신형 SVU 출시와 별개로, 타호는 한국 소비자 수요가 충분할 경우 수입판매한다”고 밝혔다.
고양 = 문희철·윤상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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