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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도쿄 벚꽃축제장 한류 핫도그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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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승욱 기자 중앙일보 정치국제외교안보디렉터
서승욱 도쿄 특파원

서승욱 도쿄 특파원

하루종일 흐렸다 비가 오다 했던 지난달 30일. 궂은 날씨에도 도쿄 최고의 벚꽃 명소인 메구로가와(目黑川)주변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3.8㎞의 지천변에 심어진 약 800그루의 벚꽃 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이다. ‘메구로가와 벚꽃 축제’의 또 다른 매력은 벚꽃과 함께 즐기는 먹거리에 있다.

평소에도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들이 즐비하지만, 축제 때는 벚꽃길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야타이(屋台·노상 판매대)가 더 인기다.

세계 각국의 음식들 중 이날 가장 큰 인기를 모은 건 ‘한국판 아메리칸 핫도그’로 불리는 치즈 핫도그였다. 핫도그 안에 치즈를 잔뜩 넣어 한 입 물면 치즈가 엿가락처럼 늘어난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는 일본 젊은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벚꽃길 주변 치즈 핫도그 판매대엔 가장 긴 줄이 늘어서 ‘음식 한류 대표작’으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여기저기서 “오이시이~(맛있다)”란 감탄사가 들렸다.

지난달 22일 도쿄 하라주쿠의 한국식 치즈 핫도그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고객들. [서승욱 특파원]

지난달 22일 도쿄 하라주쿠의 한국식 치즈 핫도그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고객들. [서승욱 특파원]

벚꽃놀이에 등장한 한류는 치즈 핫도그 뿐이 아니었다. 벚꽃길을 따라 매달린 수많은 연등 속에도 한류가 있었다. 벚꽃 축제를 협찬하며 자기 매장을 홍보하려는 지역 상인들이 매달아 둔 연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개중엔 “샤이니 보고싶다”라는 문구처럼 한 눈에 봐도 한류팬들이 매달아 둔 게 확실한 한글 연등도 보였다. 최악의 한일 관계 속에서도 한류는 건재했다.

양국의 관광 교류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올해 1~2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수는 149만 5200명이었다. 중국(147만8000명)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국가별로는 1위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은 292만여명, 전체 숫자는 적어 보여도 231만여명이던 재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내 반일감정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의 태도는 좀 다르다.

일본 외무성은 3·1운동 100주년에 앞서 “불상사에 휘말리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당일 서울에 체류한 일본인들은 “평소처럼 일본어로 말해도 (한국 사람들이) 웃어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준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양국 국민들은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말로만 주장하는 ‘역사문제와 미래지향의 투트랙’을 양국 국민들은 몸으로 실천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된다면 양국 관계를 떠받치고 있는 경제·인적 교류도 위태로워질지 모른다. 정치인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양국 정부의 리더십이 빨리 가동돼야 한다.

서승욱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