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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입버릇 처럼 말해···" 콩팥 남기고 떠난 남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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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숨진 정윤기씨의 생전 모습. 지난 28일 뇌사상태에 빠진 정씨는 양쪽 콩팥을 기증한 뒤 숨졌다.[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지난 30일 숨진 정윤기씨의 생전 모습. 지난 28일 뇌사상태에 빠진 정씨는 양쪽 콩팥을 기증한 뒤 숨졌다.[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상태에 빠진 세 아이의 아버지가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8일 뇌사상태에 빠진 정윤기(49)씨가 30일 대전 충남대 병원에서 좌우 신장을 기증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28일 뇌사상태로 쓰러진 정윤기씨 #양쪽 신장 병원에 기증하고 숨져

정씨는 지난 28일 밤 10시쯤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장 앞에서 퇴근하던 길에 쓰러졌다. 정씨는 지나가던 행인에 발견돼 119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뇌사상태에 빠졌다. 결국 정씨는 이틀 뒤 신장을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기증한 뒤 숨졌다. 발인은 4월 1일 대전 정수원에서 있을 예정이다.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정씨는 인테리어에 활용되는 유리를 가공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24년 전 결혼해 세 딸을 두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 나눔과 봉사에 뜻이 있어 해외 기아 어린이를 돕는 후원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지난 30일 숨진 정윤기씨의 생전 모습. 지난 28일 뇌사상태에 빠진 정씨는 양쪽 콩팥을 기증한 뒤 숨졌다.[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지난 30일 숨진 정윤기씨의 생전 모습. 지난 28일 뇌사상태에 빠진 정씨는 양쪽 콩팥을 기증한 뒤 숨졌다.[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기기증에 동의한 정씨의 아내는 “남편이 살아생전에 언론에 기증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만약 나도 저런 상태가 되면 기증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며 “뇌사상태인 남편의 뜻을 존중해주고 싶어 어렵지만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고 정윤기님은 기본 심성이 착하고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았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남겨진 세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며 우리 또한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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