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러시아 붉은 광장 등 화려한 조명과 이색적인 야경으로 관광객들의 이목을 한눈에 받는 지구촌의 랜드마크 불빛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일순 사라진 불빛들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든 시민들이 촛불과 손전등으로 '지구촌'과 '60'을 수놓았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이 광경은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열린 '어스아워' 캠페인이다.
세계자연기금이 주관하는 '어스아워'는 매년 3월 넷째 주 토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이 무렵이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에 가깝기 때문에 매년 이 시기에 열리는 이 캠페인은 전 세계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며, 오후 8시 30분에 시작하여 통상 60분간 이어진다. 지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되어 지난해에는 188개국에서 1만8000개의 랜드마크가 동참했고, 올해도 지구촌 전역에서 행사가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탑 중 하나인 에펠탑의 전등을 한 시간 동안 어둡게 유지했다.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길게 늘어선 건물들도 일제히 불을 끄고 캠페인에 동참했다. 덕분에 고층 랜드마크에서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와 조명으로 이루어진 종합공연예술인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도 이날은 볼 수 없었다. 그리스에서는 수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아테네 시청, 의회의 건물들이 불빛이 잠시동안 사라졌다.
행사가 처음 시작된 호주도 동참했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인근 유흥시설에도 잠시동안 불빛이 사라졌고, 러시아의 붉은 광장에서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세계적인 희귀종인 판다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등장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희귀 동물 보호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쾰른 대성당,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도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등만을 남겨둔 채 불을 끄고 캠페인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날 서울 남산타워를 비롯해 숭례문, 서울 시청 등은 이날 캠페인 시간에 맞춰 일제히 소등을 진행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1600만 가구가 5분간 전등을 끄면 26만6471kWh(와트시)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12만3189㎏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억 원 정도의 가치다.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