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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하는 '경찰 유착' 수사,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폭행사건에 이어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이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간판이 사라진 버닝썬 입구. [사진=연합뉴스]

폭행사건에 이어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 수사를 받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이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간판이 사라진 버닝썬 입구. [사진=연합뉴스]

클럽 ‘버닝썬’으로 시작한 수사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 200여명이 달라붙었다. 그러나 ‘연예인 카톡방’과 관련된 불법촬영 등 수사만 속도를 낼 뿐 버닝썬과 아레나 등 큰 가지에서의 수사와 모든 갈래에서 등장하는 ‘경찰 유착’ 혐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초기에 ‘브로커’로 지목된 전직경찰 강모(46)씨 외에는 현장 팀장급 일부만 입건됐고, ‘윗선’ 의혹을 받는 총경급 1명도 입건됐지만 그나마 명확한 연관점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 유착 의혹이 있는 지점은 버닝썬‧아레나‧최종훈‧정준영 크게 4부분이다.

①버닝썬 관련 신고 무마? 브로커 1명, 강남서 3명 입건

'버닝썬 폭행' 신고자 김상교 씨(29)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버닝썬 폭행' 신고자 김상교 씨(29)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번 수사의 시작점이 된 지난해 11월 버닝썬 앞에서의 ‘폭행사건’을 조사한 경찰 합동조사단은 관련된 현장 경찰들을 청문감사관실에 넘겨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8월 버닝썬 내 미성년자 출입 신고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돈을 전달한 전직 경찰 강모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송치됐고, 수사 정보를 알려준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3명이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입건됐다.

두 사건 외에도 "버닝썬 내의 마약‧폭행 등 신고를 받고도 현장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고, 버닝썬의 모티브가 된 아레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장 경찰 외 윗선 개입에 대한 부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입건한 3명의 혐의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입증을 하지 못했다.

②아레나 실소유주 뒤 봐주기? 경찰 연관점 못 찾아내

버닝썬의 모태가 된 ‘아레나’를 실소유한 강모씨가 소유한 업소 전반에 대한 탈세‧유착 혐의는 지수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강씨와 관련한 모든 소방‧공무원‧경찰 유착 정황을 다 수사한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26일 강씨와 바지사장 임모씨가 구속된 것 외에는 추가로 발견된 점이 없다.

경찰은 강 회장이 전직 세무서장 출신 세무사 류모씨에게 현금 2억원을 ‘로비용’으로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불법 유흥업소 영업 등에 대해서 강남경찰서는 그간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 모씨 (오른쪽)와 사장 임 모씨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3.25/뉴스1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 모씨 (오른쪽)와 사장 임 모씨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3.25/뉴스1

③최종훈 ‘음주운전’ 보도 무마… 최종훈만 입건, 보고 누락은 누가?

승리와 절친으로 알려진 가수 최종훈(29)은 2016년 3월 이태원 인근에서 음주 단속에 걸리자 “봐 달라”며 단속 경찰관에게 현금을 건네려 한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단속 경찰관은 “최종훈의 제안이 있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고, 경찰은 동행했던 경찰관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처음에 최종훈이 연예인인지 몰랐다던 경찰 2명은 “경찰서 인계 직후 연예인임을 인지했다, 그러나 구체적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 보통 연예인이 관련된 사건은 윗선에 보고가 올라가지만, 최종훈의 음주 건은 용산서에서 서울경찰청으로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
'주려던 의사 있었고' '받은 적은 없으나' 결과적으로 '사건 보고는 누락된' 상황에서, 편의 봐달란 요청 있었는지, 보고가 어디서 누락됐는지 찾는 게 핵심이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④정준영 ‘불법촬영’ 수사 허술? 경위 1명 입건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성동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던 가수 정준영(30)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직무유기’ 혐의로 당시 성동경찰서 팀장 1명이 입건됐다. 증거 수집에 소홀했고, 정씨 변호사의 ‘증거인멸’을 꼼꼼히 잡아내지 못한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 정준영 본인과, 경찰의 요구로 ‘복구 불가’ 허위 의견서를 써준 업체 대표 등은 참고인 신분이다. 업체 쪽에서는 “우리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조사도 꺼리고 있어, 경찰도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당시 관련된 검사 등은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⑤현재까지 밝혀진 ‘총경 1명’, 그게 끝?

윤 총경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진 가수 최종훈. [사진=뉴스1]

윤 총경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진 가수 최종훈. [사진=뉴스1]

현재까지 의혹이 제기된 ‘가장 윗선’은 윤모 총경이다. 그는 승리, 최종훈 등과 식사‧골프를 하며 친분을 쌓은 정황이 포착돼 현재 ‘공무상 비밀누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승리 카톡방’에서 최종훈의 음주운전 적발, 승리의 몽키뮤지엄 단속 때 등장한다.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형님으로 불렸다. 경찰은 승리가 ‘윤 총경과 4번 식사를 했다’, 최종훈이 ‘2번 골프를 쳤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아직 장소 및 비용을 누가 댔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29일 두 사람이 골프를 친 것으로 추정되는 골프장 2곳을 압수수색해 골프 비용 등을 누가 냈는지 확인 중이다. 최종훈‧정준영 등은 ‘승리 카톡방’의 핵심 멤버로, 같은 대화방에 있던 승리와 유리홀딩스 대표 유인석(35)씨를 통해 경찰과 연결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이 갖는 의혹에 대한 해소“ 발언 이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수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18일 대통령 발언 직후 ”윤 총경 피의자 전환“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28일 두번째 간담회에서는 ‘불법 동영상’과 아레나 바지사장 등에 관련한 정보만 제공했고, 핵심인 ‘경찰 유착’ 및 '윗선' 질문에는 함구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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