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5월 즉위 새 일왕 ‘한국민 환영 속 방한’ 제안

중앙선데이

입력 2019.03.30 00:25

업데이트 2019.03.3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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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호 03면

‘한·일 관계 새로운 100년’ 특별 토론회
‘한·일 관계 : 새로운 100년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토론회가 29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열렸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동아시아평화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용 전 주일대사,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하토야마 전 총리,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임현동 기자]

‘한·일 관계 : 새로운 100년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토론회가 29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열렸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동아시아평화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용 전 주일대사,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하토야마 전 총리,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임현동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악화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오는 5월 즉위하는 새 일왕(일본에선 천황)의 방한을 제안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9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열린 특별 토론회에서다. 토론회는 대화문화아카데미와 동아시아평화회의(운영위원장 이부영)가 공동 주최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강제징용 문제로 한·일 관계 악화
미래 직시하고 냉철하게 대화해야

와다 도쿄대 명예교수
쿠바와 국교수립한 오바마 본받아
조건 없이 북·일 수교 맺게 협력을

최상용 전 주일대사
한·일, 간 나오토 담화 인식 부족
EU같은 동아시아 공동체는 한계

‘한·일 관계 : 새로운 100년을 모색한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하토야마 전 총리는 새롭게 즉위하는 일왕(현 나루히토 왕세자)이 한국민의 환영 속에 방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계기를 통해) 한·일 관계가 커다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권 시절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던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왕이 사죄해야 한다”고 말해 일본 여론이 들끓었던 사태와 관련해선 “(일왕은) 이미 사죄했다”고 조심스레 반박했다.

"일부 일본인, 편협한 내셔널리즘 확산시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최근 불거진 한·일 외교 갈등에 대해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출신자 문제나 한국 해군의 레이더 조사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한 관계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며 “지금만큼 일·한 관계에서 미래를 직시하고 냉철해야 할 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한 양국 정부가 징용공 분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냉철하게 대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內田樹)의 말을 빌려 “이제 더 이상 책임 추궁은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책임은 계속 짊어져야 한다”며 일본 측의 선제적인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 갈등이 발생한 근본적인 배경 중 하나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꼽기도 했다. 그는 “경제불황으로 국민이 자신감을 상실한 사이에 주변국들은 급속히 경제가 발전했다”며 “(이런 모습을 지켜본) 일부 일본인들이 혐한·혐중 감정을 증폭시켜 독선적이고 편협한 내셔널리즘을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제시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이날 집중 토의됐다. 그는 그동안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의 정치철학인 ‘우애의 정치’에 기반해 유럽연합(EU)과 같은 동아시아 부전(不戰) 공동체 창설을 주창해 왔다. 우애를 바탕으로 한 범유럽주의가 석탄·철강 공동체를 낳았고, 이것이 지금의 EU로 발전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대표 질의자인 최상용 전 주일대사(고려대 명예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한계가 있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몽(中國夢)’을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어 비관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이날 공동 발제자로 나선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일 갈등을 푸는 열쇠 중 하나로 ‘조건 없는 북·일 수교’를 제안했다. 와다 교수는 “아베 총리가 2006년 내놓은 ‘납치 3원칙(납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북·일 국교 정상화 불가, 전원 생존을 전제로 한 피랍자 생환)’은 국교 정상화를 방해하고 납치 문제 교섭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구 전 총리 “양국 시민 대화가 중요”

그는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무조건 쿠바와 국교를 수립한 전례를 본받아 제재를 유지한 채 (2002년 고이즈미-김정일 간) 평양선언에 따라 국교를 맺고 핵과 미사일, 경제 협력, 납치 문제 등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일 수교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와다 교수는 2010년 8월 간 나오토(管直人) 당시 총리의 한국 병합 100주년 담화의 의미도 강조했다. 간 전 총리는 식민 통치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또 사죄의 의미로 일본 왕실이 보관하던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했다.

이에 대해 최 전 대사는 “한국에서는 1995년 무라야마 도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담화에 대해서만 얘기하는데, 사실 무라야마 담화는 한국이 아닌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사죄”라며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간 전 총리 담화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이날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축사에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먼 곳까지 걸음을 해줘 고맙다”며 “연설문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의미에 대해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환영사에서 “민주 체제를 유지하는 양국 시민들 사이의 대화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 우리 이웃의 평화, 동양의 평화,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한 양국 국민의 노력이 앞으로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일 양국의 지식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상진·이유정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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