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일 협정 체제 뛰어넘어 새로운 양국 관계 수립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19.03.30 00:24

업데이트 2019.03.3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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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호 03면

‘한·일 관계 새로운 100년’ 특별 토론회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화문화아카데미·동아시아평화회의가 29일 공동 주최한 한·일 관계 토론회에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외에 한국 시민사회·종교계·학계를 대표하는 지식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각계 지식인 40여 명 참석
“서울·베이징·도쿄 연결하는
상설 오케스트라 운영하자”
민간 교류 아이디어도 눈길

최근 한·일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냉기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초계기 레이더 조사 논란, 문부과학성의 독도 교과서 승인 등의 분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이어 지난 22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압류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에서는 “한국에 경제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1965년 한·일 협정 체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조언이 힘을 얻었다. 한·일 협정은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협정으로 한·일 관계의 법적 근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체제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금의 한·일 관계는 이른바 ‘65년 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가는 진통기”라며 “민주화 시대에 걸맞은 신(新) 한·일 체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3·1운동 정신이 담고 있는 ‘동양의 평화’는 한반도의 평화”라며 “새로운 한·일 체제는 한반도 대통합을 추진해 나가면서 일본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신 한·일 체제에는 65년 체제에서 빠졌던 1910년 한·일 합병 조약의 강제성·불법성을 포함시키고 이를 북·일 관계 수립 과정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교류 등 민간 단위의 접촉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최상용 전 주일대사가 “서울과 베이징·도쿄를 연결하는 상설 오케스트라를 운영하자”고 제안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적극 지지한다. 제가 가능하도록 베이징시장과 도쿄도지사에게 바로 전화하겠다”고 답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어려운 때일수록 작은 것이라도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게 의미가 있다”며 “오키나와에서 4년 연속 열리고 있는 ‘아시아 면(麵) 로드’처럼 아시아가 공유하는 공통의 문화를 위주로 민간 차원 교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영오 국민대 명예교수는 “일본에서는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한·일 관계가 나쁠 때마다 성명서를 발표하는데 한국 지성인들도 용기를 내야 한다”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한국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은 하토야마 전 총리의 결혼기념일로, 부인인 미유키 여사가 토론장 한쪽에서 자리를 지켰다. 만찬장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3단 케이크가 등장하는 깜짝 이벤트도 열렸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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