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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논란 김의겸 "아내가 상의 없이 결정, 이 또한 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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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중앙포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중앙포토]

부동산 투기 비판 여론에 밀려 29일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사퇴의 변’ 때문에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그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엔 부동산 투기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신 문제의 흑석동 건물 구입은 아내가 주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 또한 다 제 탓”이라며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집을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국회 국토위원회 박덕흠 간사와 의원들이 28일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흑석동 95-37 상가 건물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국회 국토위원회 박덕흠 간사와 의원들이 28일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흑석동 95-37 상가 건물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임현동 기자]

그러면서 그는 “보도를 보니 25억원을 주고 산 제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해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한 뒤 “농담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당장 야권에선 “화 나 있는 국민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농담을 할 때냐”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 대변인의 ‘올인 투기’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떠나면서도 가정 탓, 아내 탓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김의겸 대변인은 명예를 버리고 돈을 좇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김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지만, 부동산 투기로 인해 통장 잔고는 넉넉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뉴스1]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뉴스1]

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에 대한 ‘훈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평소 기자들에게 까칠하게 대했다고 인정하면서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며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정치적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ㆍ절충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르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난다”며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고, 한 번만 더 생각하고 기사를 써달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야당 관계자는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큰 물의를 빚고 불명예퇴진 하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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