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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빙산 다 녹는다" 인류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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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41)

지난 3월 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었다. 공휴일이 아닌 데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기념일도 아니어서 그런지 무심히 지나갔다. 사진은 2019 세계 기상의 날 포스터. [출처 기상청]

지난 3월 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었다. 공휴일이 아닌 데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기념일도 아니어서 그런지 무심히 지나갔다. 사진은 2019 세계 기상의 날 포스터. [출처 기상청]

지난 3월 23일은 해마다 맞는 ‘세계 기상의 날’이었다. 공휴일이 아닌 데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기념일도 아니어서 그런지 무심한 가운데 지나가 버렸다. 기상청이 기념식을 갖는 등 기상관계자들의 조그만 잔치쯤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계 기상의 날은 지구촌 전체가 기념해야 할 만큼 중요한 날이다. 날씨의 흐름에는 국경이 없고 날이 갈수록 기상·기후가 인류의 생존과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기상(氣象)’은 날씨와 유사한 말로 바람, 구름, 비, 눈, 더위, 추위처럼 그때그때의 기상 현상을 지칭하며, ‘기후(氣候)’는 보다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기상 상태를 가리킨다.

세계 기상의 날은 유엔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 발족(1950년 3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1961년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는 1956년 3월 16일 68번째 회원국으로 등록했다. 현재 회원은 191개국이며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세계기상기구가 해마다 이날을 맞으면 하는 일이 있다. 기상·기후에 관련된 전 지구적 메시지를 전파해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또 각국에서 수행하는 기상·기후업무의 중요성을 일반에 알리는 기회로도 삼는다.

올해에 내놓은 메시지는 ‘태양, 지구 그리고 날씨(The Sun, the Earth and the Weather)’다. 메시지 자체가 거창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지구 생명체와 기후시스템 유지에 태양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지구온난화 원인, 태양? 인간?

전국단위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4일 오전 광주 북구에서 바라본 아침 해가 미세먼지, 안개, 구름 등에 가려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전국단위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 4일 오전 광주 북구에서 바라본 아침 해가 미세먼지, 안개, 구름 등에 가려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구에서 약 1억5000만㎞ 떨어져 있는 태양은 지구 생태계에 꼭 필요한 에너지 공급의 원천이다. 태양은 지난 45억년 동안 1분, 1초도 쉬지 않고 지구 생명체는 물론 날씨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왔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태양에 있을까. 세계기상기구는 태양 활동의 탓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인간 활동’ 때문에 기후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겼다고 진단한다. 지난 30년간 위성 관측을 통해 조사한 결과 지구에 전달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기후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라고 본다. 화석 연료를 이용해 산업 발전을 이루려는 인간 활동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를 대기 중에 축적해 이것이 지구온난화를 촉진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켜 인류를 위협하게 됐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지금도 온실가스 증가 속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농도가 현재와 같이 증가한다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이 3~5℃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와 있다. 이는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2℃ 이내로 유지하면서 선·후진국이 협력해 1.5℃까지도 제한해 보자고 한 파리기후변화협약(2015년 12월)의 선언을 무색게 하는 수치다.

녹아내리는 그린란드 빙산. 빙하 속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려면 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AP]

녹아내리는 그린란드 빙산. 빙하 속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려면 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AP]

지난해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기온 상승 폭 2℃와 1.5℃가 각각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고 “1.5℃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파리협약이 애초 목표로 제시했던 2℃ 상승을 허용하면 지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면서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1.5℃를 초과하는 온난화는 남극과 그린란드 빙상을 녹여 인류에 대한 위협을 보다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금처럼 온난화가 지속하면 21세기 말이 아니라 2030~2052년 사이에 1.5℃를 초과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전 세계 195개국 합의로 채택한 것이다.

IPCC에 따르면 인간 활동이 산업화 무렵(1850~1900년)부터 최근까지 약 1℃의 온난화를 촉발했으며, 1900년대 이후 100년 동안 급격하게 온난화가 진행됐다. 특히 1951~2012년 사이엔 10년당 약 0.12℃(전체 0.72℃)씩 오르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최근에 올수록 온난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의 충격을 수시로 접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지구 평균기온은 한 해가 멀다 하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 4년(2015~2018년)이 전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 1~4위를 차지했다. 온난화는 북극권 빙하 붕괴와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강풍과 호우, 폭염과 폭설 등 과거 경험 못 한 재난 급 기상재해가 속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해마다 지구 기온 최고치 경신

지난해 여름 장기간 폭염과 열대야로 관측 사상 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1]

지난해 여름 장기간 폭염과 열대야로 관측 사상 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1]

우리나라도 지난해 관측 사상 가장 춥고 가장 무더운 계절을 한꺼번에 겪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을 실감했다. 연초엔 혹한이 몰아닥쳐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또 여름에는 장기간 폭염과 열대야로 관측 사상 최고기온 최고치를 경신(41℃·홍천·8월 1일)하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가 이번에 온난화를 1.5℃ 이내로 가져가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각국 정부나 개인들이 상상 이상의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심지어 지금 즉각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 해도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100~300년은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와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미국의 탈퇴로 빛이 바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협력의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는 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계기로 개인들이 바꿔야 할 생활습관을 다음과 같이 소개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고기보다 채식을 즐길 것, 자가용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것, 냉장고 속에 쌓아둔 음식은 (기후변화 대응의) 적임을 알 것, 비행기는 일등석보다 이코노미석을 탈 것, 재활용품을 즐겨 쓸 것 등을 권고했다.

모든 게 쉽지 않은 일들이다. 하지만 나부터라도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음식은 먹을 만큼만 만들며, 가스나 전기사용은 최대한 줄이도록 애쓰는 게 좋겠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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