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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다고 새벽에 펄쩍펄쩍, 주책맞다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5)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일흔아홉 살 남자.
나는 요즘 흔히 말하는 ‘할배’다.
이름 그대로, 어느 자리이건 헛기침을 하면서 점잔을 빼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나는 그렇지를 못하다.
그래서 아내는 물론 가까운 친지들로부터 쑥덕대는 별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오늘 새벽에 일어난 일이다.
어제 밤늦게까지 ‘OO 사보’의 연재 일러스트 마감 때문에 데스크로부터
시간마다 독촉을 받고 있었다. 매달 이때쯤이면 받는 스트레스이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그려놓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던 일러스트 작업이 새벽녘에야 비로소 기적처럼 한순간에 쫙 풀렸다.

“그래, 바로 이거야! 멋지잖아! 뚜루루루~ 킥킥, 짠짜라라라! 나는 천재라니까!”
순간 나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친 듯이 괴성을 질렀고
엉덩짝을 흔들며 벌쩍벌쩍 뛰면서 난리 블루스를 추었다.
안방에서 고이 잠들었던 아내가 깜짝 놀란 듯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면서
인상을 팍팍 쓴다.
“조용! 조용! 꼭두새벽이잖아. 아래층 여자가 또 올라온다니까! 미쳐! 내가 미쳐요!”

나도 잘 안다.
나 때문에 수시로 뛰어 올라온 아래층 여자에게 아내가 90도로 고개 숙였던 사실을.
모든 건 타고난 나의 천진난만한 천성(天性) 때문이었다.

“늙은 ‘할배’가 나이답지 않게! 쯧! 쯧!”
“주책없는 늙은이!”

타고난 천성이지만 늙은이답게 누그러뜨리란 말씀이지?
하지만 조금은 억울하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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