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다했네, 기업 팬덤 마케팅 인기

중앙일보

입력 2019.03.29 09:00

최근 팬덤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히는 오뚜기의 비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현재는 리뉴얼에 들어가 8888명 중 이탈자가 생겼다. [오뚜기해적선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팬덤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히는 오뚜기의 비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현재는 리뉴얼에 들어가 8888명 중 이탈자가 생겼다. [오뚜기해적선 인스타그램 캡처]

“딱 8888명만 ‘승선’ 가능합니다”

오뚜기 요기요 삼성전자 레고
팬심 자극하는 마케팅에 열중
충성도와 차원이 다른 팬심
주인공이 된 소비자가 주도

식품회사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오뚜기해적선’이라는 비밀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오뚜기팀장이 몰래 알려주는 제보스타그램’이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 ‘줄을 서서 팔로우하는 계정’으로 입소문을 탔다. ‘갓뚜기’(신을 뜻하는 영어 갓과 오뚜기의 합성어)와 같은 신조어를 만든 오뚜기의 브랜드 팬덤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광고업계가 팬덤 마케팅에 빠졌다. 특정 대상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집단을 의미하는 ‘팬덤’을 제품이나 브랜드의 영역에 접목하는 마케팅이다. 소비자를 강력한 브랜드 지지자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팬이 된 소비자가 ‘팬심’을 발휘해 다양한 채널에서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소문을 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기요 댄스 우승자를 가수 선미(가운데)와 함께 TV 광고모델로 세웠다.           [사진 요기요]

요기요 댄스 우승자를 가수 선미(가운데)와 함께 TV 광고모델로 세웠다. [사진 요기요]

현재는 리뉴얼에 들어간 오뚜기 해적선은 팬덤 마케팅 연구 사례로 자주 꼽힌다. 소소하지만 독특한 이벤트가 거센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계정에서 공개한 간편식 혼합 레시피가 널리 전파돼서다. 1만명 미만의 팔로워로 이룬 결과치고는 주목도가 높아 광고·홍보 업계에 화두가 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유통채널이 없는 식품사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하나의 놀이터를 만든 것”이라며 “1만명 이상의 집단과는 진솔한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해 인원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1만명이 아닌 8888명으로 제한한 이유는 숫자 ‘8’이 오뚝이 형상과 유사해서다.
배달 앱 요기요도 최근 팬덤 마케팅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요기요는 TV 광고를 만들면서 가수 선미 옆에 지난달 개최된 요기요 댄스 대회에서 1등을 한 고등학생 양지원(18)양과 친구들을 세웠다. 팬을 아예 광고 모델로 활용한 것이다.
요기요는 선미가 춰 유명해진 ‘요기요 춤’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싸(인사이더)’ 댄스로 통하기 시작하자 바로 댄스대회를 열었다. 그러자 ‘쌍둥이가 추는 선미 댄스’, ‘초등학교 선생님의 요기요 댄스’, ‘모델이 추는 요기요 댄스’ 등으로 변주된 동영상 수백건이 올라왔다. 요기요 관계자는 “요기요 댄스를 좋아하는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하던 중 댄스 대회를 기획했다”며 “수상자는 광고 속 댄스를 따라 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재치 있는 자작 안무를 더하는 애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팬덤 마케팅을 확대하는 추세다. 갤럭시 S10 출시를 기념해 열린 팬파티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팬덤 마케팅을 확대하는 추세다. 갤럭시 S10 출시를 기념해 열린 팬파티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팬덤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갤럭시 신제품 출시를 팬과 함께 축하한다는 콘셉트의 ‘갤럭시 팬 파티’를 열고 있다. 올해 갤럭시 S10 출시를 기념해 전국 5개 도시에서 팬 파티를 열고 팬이 보낸 사연을 정식 음원으로 만들어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해외에서도 팬덤 마케팅이 뜬다. 레고가 소비자가 직접 만든 레고 작품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쿠소(cuusoo.com)’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팬덤 마케팅 사례다. 미국 모터사이클 회사 할리데이비슨은 ‘할리 오너 그룹’이라는 팬 그룹을 후원하는데, 가입자가 전 세계 130만명이 넘는다.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도 팬 관리로 유명하다. [할리데이비슨 오너 그룹 사이트 캡처]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도 팬 관리로 유명하다. [할리데이비슨 오너 그룹 사이트 캡처]

기업이 소비자를 팬으로 바꾸려는 이유는 팬심의 강력함 때문이다. 습관 때문에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일반적인 브랜드 충성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집단은 종교집단처럼 행동한다. 제품에 결함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행동하고, 제품이 발전할 수 있도록 채찍질을 가하기도 한다. 소비자 스스로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일기획 정유석 광고기획 팀장은 “개성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맞춰 팬덤 마케팅도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이나 브랜드가 마련한 이벤트를 단순히 보고 즐기게 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팬에게 주인공 역할을 부여하는 시도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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