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게으르고, 불결하고…절대 식당 열지 말아야 할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30)

많은 직장인이 퇴직금으로 요식업 창업을 꿈꾼다. 하지만 식당은 아무나 하는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 [연합뉴스]

많은 직장인이 퇴직금으로 요식업 창업을 꿈꾼다. 하지만 식당은 아무나 하는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이 은퇴 후 할 일에 대해 고민하지만, 막상 이를 준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개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미루다가 정작 퇴직을 하면 당황해서 마음이 급해진다. 특히 남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서두르게 십상이다.

이것저것 고민하다 식당이나 창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 만드는 일이야 늘 집에서도 하는 일이고 아내만 동의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당이나….’ 하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식당은 아무나 하는 만만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당 창업 성공 확률, 5년 동안 10%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식당 창업을 꿈꾼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외식분야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매년 수많은 식당이 문을 열지만 한편에서는 그와 유사한 숫자가 문을 닫는다. 요식업의 경우 창업 후 6개월 이내에 20%가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을 하고 5년까지 살아남는 식당은 10%에 불과하다. 성공할 확률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보다 낮다.

창업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게를 얻고 집기 비품과 식자재 장비를 사려면 최소한 1억~2억원이 들어간다. 퇴직금을 전부 투자하거나 아니면 빚을 내어야 할 정도로 큰돈이다. 이러한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한다. 돈을 벌기는커녕 그나마 모아둔 돈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요식업 창업을 하기 위해선 튼튼한 체력과 부지런함이 필수다. 중노동에 가까운 식당 일을 하루 종일 해야 하고, 식자재와 조리기구의 위생 관리에도 엄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요식업 창업을 하기 위해선 튼튼한 체력과 부지런함이 필수다. 중노동에 가까운 식당 일을 하루 종일 해야 하고, 식자재와 조리기구의 위생 관리에도 엄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요식업 창업에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식당 수가 너무 많다. 시장은 한정되었는데 너도나도 쉽게 창업한 탓이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음식 맛도 별로 좋지 않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요식업도 일종의 사업이므로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 일어난다. 그러므로 여러 분야에 박식해야 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거의 중노동에 가깝다. 몸도 튼튼해야 한다.

식당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 먼저 게으른 사람이 식당을 창업해선 안 된다. 식당은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평소 깨끗하지 못한 사람도 식당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제 몸 하나 청결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식자재를 깨끗이 보관하겠는가. 남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사람도 창업해선 안 된다. 식당은 수많은 사람과 부딪혀야 하는 사업이다.

숫자에 어두운 사람도 식당을 해선 안 된다. 자칫 겉으론 남고 속으로 밑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요식업으로 성공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이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원가관리와 비용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힘들게 일해도 남 좋은 일만 하게 된다.

가족이 반대해도 식당을 하지 말아야 한다. 종업원이나 아르바이트 학생을 활용할 수 있지만,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음식에 정통하지 않으면 창업에 신중히 해야 한다. 주방장을 구할 수도 있지만, 주방장의 횡포로 문을 닫는 식당이 적지 않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식당을 창업할 때 원가, 비용 등 숫자를 관리하는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더본코리아 제공]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식당을 창업할 때 원가, 비용 등 숫자를 관리하는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더본코리아 제공]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창업하면 될까. 지인의 아들 중에 대학에 다니다가 군에 입대한 아이가 있다. 우연히 취사병으로 발탁돼 군대 생활 대부분을 식당에서 보냈다. 요식업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 그는 제대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소정의 요리과정을 마친 후 귀국하여 제법 큰 호텔의 일식당에 입사했다. 만약 그가 좀 더 경력을 쌓은 후 식당을 창업하면 어떨까. 직장을 그만둔 후 막연한 생각을 갖고 창업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늘 손님 북적대는 동네 레스토랑

동네에 자주 가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골목에 있어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곳의 셰프는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중년 남자다. 음식 맛이 호텔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내와 딸이 그를 도와 함께 운영하고 종업원은 없다. 모두 주인 정신을 갖고 고객을 대하니 서비스도 좋다.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퇴직 후에는 위의 사례처럼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아무 경험 없이 남의 말만 듣고 치킨집을 차렸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요식업도 적성에 맞거나 솜씨가 있어야 한다. 만약 식당을 창업하고 싶다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틈틈이 요리를 배우거나 집에서 실습해본다. 요리가 재미있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가족이 좋아한다면 그때 창업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