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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욕심부려서" 병 걸린 아이는 자책...사과 없는 맥도날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6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 기능 90%를 잃은 피해 아동의 모습. [JTBC]

2016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 기능 90%를 잃은 피해 아동의 모습. [JTBC]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신장 기능의 90%를 잃게 된 아동의 어머니가 "맥도날드 측으로부터 한 차례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머니 최은주씨는 28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의 근황도 함께 전했다.

최씨는 지난 2016년 9월,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을 찾았다. 피해 아동은 당시 4살이었다. 최씨는 "저희 아이가 먹은 건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세트 메뉴인 해피밀이었다"며 "해피밀 세트 2개를 시켰는데 큰 아이가 하나를 온전히 다 먹었고 나머지는 동생과 아빠가 먹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맥도날드를 방문한 이후 가족들은 설사를 동반한 식중독 장염 증세를 겪었다. 하지만 햄버거 하나를 다 먹은 아이는 장출혈성 대장균의 후유증이라고 얘기하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을 겪게 됐다.

2016년 9월 최은주씨가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문을 하고 있다. [JTBC]

2016년 9월 최은주씨가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문을 하고 있다. [JTBC]

병에 걸린 피해 아동은 매일 밤 10시간씩 밤새도록 투석을 해오고 있다. 최씨는 "매일 밤 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다"며 "아이다 보니 잠을 뒤척거리고 그럴 때마다 알람이 울린다. 그러면 제가 라인을 정리해줘야 한다. 약이 배 안에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최씨에 따르면 아이는 처음 투석을 시작할 때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냐'하며 화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엄마 미안해, 내가 하나를 다 욕심부려서 다 먹어서 그렇지'라고 자책하고 있다.

최씨는 인터뷰 내내 울먹였다. 최씨는 "사과는 전혀 없었다.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를 올렸다는 것조차도 지인을 통해 알았다"고 했다. 또 "(맥도날드 방문 3개월 전 패티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면 저는 절대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땐 힘겨운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햄버거병 피해 아동의 어머니 최은주씨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있다. [JTBC]

햄버거병 피해 아동의 어머니 최은주씨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있다. [JTBC]

최씨는 맥도날드에 패티를 제공하는 업체 맥키코리아와의 소송 중 변호인에게 들은 말도 전했다. 최씨는 "변호인이 한 여섯, 일곱분이 계시는데 그중 한 분이 늘 마지막에 하는 말씀이 있다. '저희 피고인들이 너무나 긴 재판 과정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희 아이는 매일 살기 위해 치료하고 있다. 그분들이 몇 달에 한 번 법정에 앉아 있는 게 그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씨 등은 지난 2017년 7월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6개월간 이어진 수사 끝에 맥도날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이들이 먹은 햄버거가 실제 병을 일으켰는지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검찰은 오염됐을 수도 있는 패티를 맥도날드에 납품한 혐의로 맥키코리아 직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씨는 "무혐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시는 그 누구도 어느 기업도 돈 때문에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되고 또 용납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재수사, 단체고발에 대한 수사 모두 다 제대로 돼서 그 책임자들을 좀 벌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JTBC는 27일 수사 과정에서 맥도날드가 대장균에 오염된 패티가 이미 팔린 것을 감추기 위해서 '관련 재고가 없다'고 거짓 서류를 꾸몄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28일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최은주 씨는 2년 넘게 지금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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