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감독·각본 원태연, 주연 권상우·이보영·이범수)의 대만판인 <모어 댄 블루(比悲伤更悲伤的故事)>가 중국서 흥행이다. 중국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14일 중국서 개봉한 영화는 28일 오후 8억2400만 위안(한화 1390억 원)이 넘는 누적 수입을 기록 중이다.
개봉 초반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캡틴마블'(2019년 3월8일 개봉)보다 3배 정도 높은 티켓 판매 점유율을 차지하며 흥행 조짐을 보였다.
2009년 개봉한 한국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대만판 리메이크작, 블록버스터 공세 속에서도 흥행 슬픔보다>
대만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2018년 11월 30일 개봉 당시, 개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한국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개봉 당시 관객수 70만 명에 그친,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었다. 대만의 영화 제작사와 감독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모어 댄 블루>의 감독 가빈 린은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리메이크 한 이유에 대해 "영화를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흥행은 당시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린 결과일 뿐, 그 영화 자체가 자신에게 좋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다만 원작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변화한 현 시점 젊은이들의 사랑관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감독의 '리메이크'는 관객에게 잘 전달 됐을까?
3월 넷째주 중국 극장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지만, 보고 난 뒤 감상평은 다양하게 갈린다. 중국의 영화 리뷰사이트인 더우반에서의 반응을 살펴봤다.
"교통사고, 암, 희생하는 사랑. 옛날 옛적에 눈물 빼던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안 먹힌다. 너무 진부하다."
"남자주인공 2명 모두 너무 답답하다"
"내가 이 영화를 본 게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다."
"내가 10살 정도 어렸다면 이 영화를 보고 엉엉 울었을 텐데, 이제 이런 이야기엔 면역이 생겨버렸다"
박스오피스의 화력과 달리 실제 리뷰에서는 위와 같은 혹평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박스오피스 순위가 높았던 건, 여성 관객을 잘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록버스터의 공세 속에서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멜로장르가, 특정 관객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특히 같은 코미디/멜로 장르의 <전임3: 재견전임>이나 <먼훗날 우리>에 비해 <모어 댄 블루>의 여성 관객 비율이 71.2%로 높았다.
대만은 청춘영화나 로맨스 영화를 잘 만드는 나라다. 대만영화만이 갖고 있는 청량함과 아린 맛이 있다. 아마 이런 요소들을 대만판인 <모어 댄 블루>에 잘 녹여냈을 테다. 그러나 실제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의 반응은 차가웠다. 감독의 의도나 바람과 달리 요즘 관객들이 '사랑'을 대하는 관점이나 방식이 10년 전 영화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관객 입소문으로 흥행 당락이 좌우되는 요즘, <모어 댄 블루>의 흥행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차이나랩 임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