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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치고 도망친 뺑소니범 잡은 건 '고장 난 안개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적이 드문 새벽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이 고장 난 안개등에 덜미를 잡혀 한 달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뺑소니 혐의(도주치상 및 난폭운전)로 A씨(29)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정상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25)를 자신의 SUV 차량으로 쳤다. B씨는 이로 인해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등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A씨는 B씨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다.

경찰은 주변 차량 블랙박스 및 CCTV를 확인했지만 어두운 밤 차량이 빠른 속도로 도주하면서 차량번호를 특정할 수 없었다. 목격자도 없었던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용의 차량의 운전석 쪽 안개등이었다. 경찰은 고장 난 안개등 차량을 따라 인근 CCTV 250여개를 확인하면서 도주 경로를 추적했고,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에서 용의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 한 달 만인 지난 25일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직후 강남대로에서 성수대교까지 5개 신호를 모두 위반하고, 자택까지 11.5㎞에 달하는 거리를 8분 만에 도착하는 등 과속 주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건 다음날 바로 차량 수리를 맡기는 등 치밀하게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건 당일 친구와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고 음주 사실을 인정하며 ”차량과 부딪힌 것이 물건인 줄 알았지 사람을 친 것이라고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 분석 등 과학수사기법이 발전하면서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뺑소니범은 반드시 검거된다“며 ”도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믿지 말고 경찰 및 소방에 신고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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