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올레 후쿠오카·신구(福岡·新宮) 코스가 개장했다. 2012년 2월 29일 다케오(武雄) 코스가 열린 이래 22번째 규슈올레다. 지난 17일 개장한 후쿠오카·신구 코스는 여러모로 다른 규슈올레와 다르다. week&이 신규 코스의 특징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2012년 이후 규슈올레는 약 45만 명(한국인 약 25만 명, 일본인 약 20만 명)이 걸은 것으로 추정된다(규슈관광추진기구).
힘들지 않을까?
전체 길이가 11.9㎞이니 짧은 편은 아니다. 규슈올레 코스는 대부분 10㎞ 안팎이다. 그래도 후쿠오카·신구 코스는 대체로 쉽다. 길 초입에 산을 두 개 넘지만, 극복해야 하는 높이가 기껏해야 50∼60m다. 아쉬운 점도 있다. 흙길이 많지 않다. 약 5㎞ 지점부터 마을로 들어가는데 내내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막판에 송림 흙길을 걷고 신구 해안 백사장을 밟을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week&이 매긴 후쿠오카·신구 코스의 난이도는 ‘중·하’다. 넉넉잡아 5시간 정도 걸린다.
특별한 볼거리
안타깝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다. 이를테면 우레시노(嬉野) 코스와 야메(八女) 코스의 광활한 차밭, 오쿠분고(奧豊後) 코스와 다카치호(高千穂) 코스의 울울창창한 숲을 기대했다간 실망하기에 십상이다. 산이 낮으니 숲이 깊지 못하고 마루의 시야도 개운하지 못하다. 코스 막바지 불쑥 나타나는 바다가 반갑긴 해도 무나카타·오시마(宗像·大島) 코스나 미나미시마바라(南島原) 코스처럼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까진 안겨 주지 못한다. 대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야트막한 산을 넘고, 그늘진 대숲을 지나고, 목재 건물 나란한 오래된 마을을 지난다. 참, 신구 해안에서 내다보이는 섬이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아이노시마(相島)다.
스토리텔링
길에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다. 길은 결국 사람의 흔적이어서다. 규슈올레에도 이야기가 풍성한 코스가 여럿 있다. 가라쓰(唐津) 코스는 임진왜란의 현장이랄 수 있는 히젠 나고야(肥前 名護屋) 성을 가로지르고, 기리시마·묘켄(霧島·妙見) 코스는 풍운아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5~67)의 발자국을 되밟는다. 후쿠오카·신구 코스도 신사를 들르고 사찰을 지난다. 그러나 유구한 내력이나 곡진한 사연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뼈아픈 사실. 온천이 없다.
올레길이 난 동네
후쿠오카·신구 코스는 규슈올레 22개 코스 중에서 후쿠오카 공항과 가장 가까운 규슈올레다. 후쿠오카 공항이나 하카타(博多) 역에서 자동차나 기차로 30분이 안 걸린다. 후쿠오카·신구 코스가 조성된 지역이 신구마치(町. 우리의 읍·면·동에 해당)다. 규슈(九州) 최대 도시 후쿠오카시의 베드타운으로, 우리의 경기도 성남시나 부천시를 떠올리면 쉽다. 하여 교통을 비롯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혼슈(本州)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신구마치에 모여 사는 까닭이다.
쇼핑 올레의 탄생
후쿠오카·신구 코스는 ‘규슈올레 최초의 쇼핑 올레’라 할 만하다. 번화한 도시에 올레길을 내다 보니 뜻밖의 별명이 생겼다. 규슈에서 하나뿐인 ‘이케아’가 신구마치에 있는데, 올레길이 이케아와 ‘스타벅스’ 사이 도로를 지난다. 이케아도, 스타벅스도 올레꾼에겐 영 낯선 풍경이다. 신구 해안의 해산물 가공공장에선 후쿠오카 명물 명란젓을 싸게 살 수도 있다. 후쿠오카·신구 코스만의 별난 재미가 하나 더 있다. 코스 막바지 신구추오(新宮中央) 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물론 계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올레길을 걷다 문명의 이기에 올라타는 묘미가 있다.
후쿠오카=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