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 경제 Why] 미 국채 금리 역전, 더는 경기 침체 지표 아니라는 전문가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

미국 국채시장에서 장ㆍ단기 금리(수익률)가 역전된 현상에 대해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이 실제 경기침체를 부를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골드만삭스 등 "침체 신호 아니다" #"과거 금리 역전과 달라" 엇갈린 해석 #옐런도 "둔화 맞지만 침체 유발 아냐"

26일 경제 전문채널 CNBC 등에 따르면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2.465%인데 비해 이보다 장기 채권인 10년물은 2.416%를 기록하면서 사흘 연속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장기로 돈을 빌리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채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3개월물에 비해 10년물 금리가 낮아지는 기현상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번지기 시작했다. 미래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장기채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장·단기 수익률 곡선 역전은 1~2년 이내에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인식된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1955년 이후 한 번을 제외하고 곡선 역전이 경기침체를 선행했다.

비앙코 리서치는 역전 현상이 10일 연속 지속했을 때 역사적으로 침체를 예견하는 믿을 만한 지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역전현상이 경기침체를 부를 만큼 확실한 신호가 아니라는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Fed)는 통상 3개월-10년물 스프레드를 선호하지만, 실제로는 Fed의 금리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2년과 10년물 격차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즉,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먼저 역전된 다음 3개월과 10년물까지 역전됐다면 경기침체의 선행 신호가 맞지만, 아직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지 않은 만큼 경기침체를 부르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번 금리 역전이 글로벌 저금리, 독일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 따라 투자 자금이 미국 국채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커브 역전이 경제에 대해 좋지 않은 신호인 것은 맞지만, 경기침체 리스크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대체로 안정을 되찾았다.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의 경우 전장보다 14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25일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홍콩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 국채의 장ㆍ단기 금리 역전현상에 대해 “경기침체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밝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옐런 전 의장은 “과거와 달리 수익률 곡선이 장ㆍ단기 별로 매우 평탄화되는 경향이 있어 역전되기도 쉽다”면서 “장ㆍ단기 금리역전이 Fed가 일정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확실히 경기둔화를 겪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준의 둔화로 보지 않는다는 게 옐런 전 의장 발언의 핵심이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장기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세 하락, 실질 이자율 하락과 관련 있다”고 설명해 옐런 전 의장과 맥을 같이했다.

관련기사

캐피털이코노믹스 또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지만,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특히 미국의 경우 성장률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약할 것”이라며 “향후 경제에 대한 해답은 침체와 둔화 그 중간쯤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장에서 역전이나 오해의 신호가 더 흔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가나 회사채 스프레드와 같은 다른 금융시장 지표는 침체를 가리키지 않고 있어서 수익률 곡선 역전에 움츠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도 “3년물 이상의 곡선은 거의 정상이고, 일부 구간만 역전된 기현상”이라며 통상적인 침체 신호와 다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1년과 2006년 경기침체 이전에는 30년물의 금리 수준이 5년물을 밑돌았는데, 이번에는 30년 금리가 여전히 5년이나 10년보다 높다는 것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