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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땐 아주 친한 척 …아내의 즉석 연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4)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씻지도 않은 꾀죄죄한 얼굴.
그리고 온종일 집구석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마누라 치맛자락만 붙들고 늘어지는 백수.
그런 남편을 좋아하는 여자는 아마 눈 씻고 찾아봐도 이 세상엔 없을 거다.

그러나 어쩌랴! 때로는 꼴 보기 싫어도 내 남편인 것을.
오늘도 아내라는 여자는 이런 구질구질한 남편을 눈곱 떼고 세수시켜서
말끔한 옷차림으로 갈아입힌 다음에 밖으로 동반 외출을 했다.

이윽고 여자는 180도로 변한다.
거리를 지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의 팔을 잡아 끼고
아주, 아주 친한 척 걷는다. 비록 집안에서는 눈 밖에 난 남편이지만
밖에서만은 기죽은 남자로 보이는 그림이 싫어서다.
눈치가 100단인 남편은 한쪽 눈 질끈 감은 채 아내의 이런 즉석 연기를
더욱 빛나게 조연으로 뒷받침해준다.
다정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시쳇말로 죽이 짝짝 맞는 부부의 연기다.
관객 모두 킬킬거리며 손뼉을 마주친다.
그들 역시 무대 위 배우의 명연기가 곧 자신의 연기일 수도 있으니까.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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