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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운동가처럼 행동” 청와대, 시민단체 출신 회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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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6일 법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신 장관이 첫 구속 수사를 받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게 됐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에선 시민단체 출신들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김은경 등 리더십 문제 잇단 돌출 #여권 “한쪽 입장 대변, 협업 안 돼” #정현백 장관, 하승창 수석 교체돼 #신미숙·조현옥도 인사 문제 잡음

김 전 장관이 2017년 6월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평범한 주부에서 장관이 된 개인적 사연이 화제가 됐다. 김 전 장관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대구 지역 시민대표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페놀 아줌마’라는 별칭도 얻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원제안비서관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 문제가 처음 불거진 건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 때였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혼란이 발생하기까지 중앙정부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여겨지는 점이 많다”고 질타했다. 김 전 장관은 정치력을 발휘해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일부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불만이 주변에서 제기됐다. 한 청와대 참모는 “김 전 장관의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본인을 아직도 환경운동가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내각 및 청와대의 시민단체 출신

문재인 정부 내각 및 청와대의 시민단체 출신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흑산공항 개항은 문 대통령 대선공약이었지만 김 전 장관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청와대나 총리실로 의사 결정과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첫 개각 때 교체가 확정적이었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해 지난해 10월에야 학자 출신인 조명래 장관으로 교체가 발표됐다.

김 전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 여권 인사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면 공무원과 사사건건 부딪치게 마련이다. 공무원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이 있다 보니 장관이 돼서 바로 바꿔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같은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조사 대상이 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신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가 서류전형에 탈락하자 환경부 관계자들을 질책하며 경위 설명을 요구한 의혹을 받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활동하다 당시 이미경 공동대표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면서 보좌관으로도 재직했다.

지난해 8월 개각 때 교체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임명 당시엔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지만 시민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이 발탁 요인이었다. 그는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 다녀온 사실이 알려진 뒤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대통령을 모욕하는 시위에 (장관이) 참여했다”며 경질을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첫 조직개편 때는 시민운동가 출신인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교체됐다. 당시 동료 비서관실에선 “사회혁신수석실 사람들이 아직도 시민단체에 있는 것처럼 간섭하려고 들어 협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청와대에 남아 있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입지도 좁아지는 상황이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과거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범시민단체 출신으로 분류되는데 요즘 인사 참사 책임론으로 야당의 맹공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과 미세먼지 문제 등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온 김혜애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도 녹색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낸 시민단체 출신이다. 하지만 요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 부족이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란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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