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동국 딸’ 이재아, “아빠처럼 닥공, 발리슛 세리머니할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축구선수 이동국과 그의 딸 재아. 재아는 지난 달 미국테니스협회 주관 12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했다. 인천=오종택 기자

축구선수 이동국과 그의 딸 재아. 재아는 지난 달 미국테니스협회 주관 12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했다. 인천=오종택 기자

“딸 덕분에 인터뷰도 하고 출세했네요.”

이동국-테니스 재아, 부녀 동반 인터뷰 #재아, 지난달 미국테니스협회 대회 우승 #팔꿈치 성장판 80% 손상됐지만 노력파 #동국, "소속팀 없어 대박이 스폰" #재아, "아빠 테니스세리머니, 폼 웃겼다 #윔블던서 발리슛 세리머니 꿈꿔"

프로축구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40)은 딸 이재아(12)를 바라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오남매 중 첫번째 쌍둥이 딸인 이재아는 지난달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USTA L4 U-12 대회’에서 우승했다. 미국테니스협회(USTA) 주관대회고, L7부터 시작해 L5, L4, L3로 올라갈수록 경쟁력이 높은 단계다. 이재아는 32강 토너먼트부터 상대를 꺾고 올라가 정상에 올랐다.

앞서 이재아는 2016년 6월 제46회 회장배 전국여자테니스대회, 그해 7월 제51회 전국주니어테니스선수권대회 여자 10세부 우승을 차지했다.

1979년생 올해 40세인 이동국은 지난 6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1골-1도움을 올리며 변함없이 활약 중이다. 이동국은 A매치 휴식기를 맞아서 인천 송도의 집에 잠시 머물렀다. 비가 오는데도 딸과 인터뷰를 위해 인천대 테니스장에 나와줬다. 아빠처럼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치는 이재는 아빠 못지 않은 입담도 자랑했다.

인천대 테니스장에서 만난 이동국과 재아 부녀. 비가 내리는데도 이동국은 딸을 위해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오종택 기자

인천대 테니스장에서 만난 이동국과 재아 부녀. 비가 내리는데도 이동국은 딸을 위해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오종택 기자

-미국테니스협회 주관 대회에서 우승했어요.
이재아=“우승은 언제 어디서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아빠가 언니들을 상대로 잘했다고 칭찬해줬고, 시안이는 뽀뽀해줬어요.”
이동국=“재아가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아빠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했거든요. 하나 하나 쌓이고 있네요. 묵묵히 땀을 흘린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대견해요.”

-테니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재아=“제가 골프와 수영을 해봤는데 이걸 내 삶에 다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테니스를 처음 쳤는데 맞는 느낌, 소리, 공이 가는 것까지 다 좋았어요. ‘아! 난 테니스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이동국=“7살 때 그걸 생각했다고? 우와~. 저도 축구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전 아이들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이든 시키고 싶었어요. 테니스 매력에 흠뻑 빠졌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었죠.”

지난달 미국테니스협회 주관대회에서 우승한 이재아. [이동국 제공]

지난달 미국테니스협회 주관대회에서 우승한 이재아. [이동국 제공]

-테니스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이재아=“초등학교 3학년 때 팔꿈치가 아팠어요. 심각성을 모르고 맨날 울면서 참으면서 했죠. 알고보니 팔꿈치 성장판의 80%가 손상됐더라고요.”
이동국=“제가 발목이나 무릎은 조언해줄 수 있는데 팔꿈치는 잘 몰라서…. 처음에는 엄살인줄 알았어요. 병원에 가보니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해서 휴식기를 갖고 나았어요. 마음 아팠지만 딸이 아니라 운동선수라고 생각했어요. ‘운동선수는 항상 아픈걸 참을 수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해줬어요.”

-많은 한국 중학교 여자 테니스 선수들이 수비위주 경기를 펼치는데, 재아양은 아빠처럼 닥공이네요.
이재아=“닥공을 좋아해요. 요즘에는 수비하면서 상대 실수를 유발하는 공격도 섞어가면서 해요.”
이동국=“너 정말 무식하게 때렸어. 팔꿈치가 그 정도가 될 정도로. 구석에 넣기만해도 되는데, 네트에 빵빵 때리고.”

만능스포츠맨 이동국은 요즘에는 재아와 테니스대결에서 진다고 했다. 인천=오종택 기자

만능스포츠맨 이동국은 요즘에는 재아와 테니스대결에서 진다고 했다. 인천=오종택 기자

-요즘 부녀가 테니스를 치면 누가 이기나요.
이재아=“아빠가 운동신경이 좋아서 어떤 운동이든 잘해요. 다리가 워낙 빨라 희한한 자세로 다 넘겨요. 아빠의 약점을 터득해서 최근에 6-1, 6-4로 이겼어요. 이제 아빠는 날 못이기지~.”
이동국=“야, 너 진건 이야기 안하니? 예전에는 재아의 멘털을 건들여 실수하게 만들었어요. 혼자 성질에 못이기고 무너졌죠. 이제는 멘털을 ‘사사삭’ 건들어도 컨트롤하더라고요. 축구와 달리 테니스는 개인종목이라 혼자 이겨내야하는데, 에러가 많이 줄었어요. 이제는 제가 이기기 쉽지 않아요.”

-재아양은 역전승이 많던대요.
이재아=“아빠가 축구장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으면 보는 사람이 짜릿해요. 저도 역전승으로 이기면 기뻐요. 상대 약점을 파악해서 두배로 갚는거니까.”
이동국=“너 보는사람을 위해 역전승하는거야? 프로페셔널이네. 관중들까지 생각하고. 엄마 속타는건 생각 안하지? 부모 마음에는 처음부터 잘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승패를 떠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클 수 있다는건 행복이에요.”

이동국은 인터뷰 내내 아빠미소를 지으면서 재아를 바라봤다. 오종택 기자

이동국은 인터뷰 내내 아빠미소를 지으면서 재아를 바라봤다. 오종택 기자

-재아양은 경기 중 샤라포바(러시아)처럼 기합을 넣던대요.
이재아=“테니스를 칠 때 리듬을 맞춰가는 방법이에요. 위닝샷으로 이기면 저도 모르게 ‘업’되서 ‘커먼’이라고 소리쳐요. 예전에는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오사카 나오미(22·일본)가 좋아요.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공을 멋있게 쳐서 우승했어요. 말하는 것도 귀여워요. 언젠가 제가 오사카와 맞붙는 장면을 상상해 본적이 있어요.”
이동국=“항상 상상하면 이뤄질 수 있는거야. 나도 어릴 때 포항스틸야드에서 라데가 뛰는걸 보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저 자리’라고 생각했거든. 어느순간 아빠가 거기서 뛰고 있더라.”

이동국은 지난 6일 베이징 궈안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40세인 이동국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뉴스1]

이동국은 지난 6일 베이징 궈안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40세인 이동국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뉴스1]

-아빠가 마흔살에도 축구장은 누비고 있어요.
이재아=“아빠는 집에 있을 때는 장난을 치는데, 축구장에 나가면 엄청 멋있어져요. 눈빛이 달라지고. 40대 같지 않아요. 나이가 많으면 늙어지고, 힘도 없어지고, 체력도 약해지는데. 대단해요.”
이동국=“운동은 나이와 상관없는거야. 재아가 언젠가 오사카 언니를 이길 수도 있는거란다.”

-예전에 재아양이 발목을 다쳤을때, 아빠가 상처투성이 발을 보여줬다던대요.
이재아=“아빠는 엄청 독한거 같아요. 인대 3개 중 2개 없이 하나로만 뛰고 있어요. 제가 아픈건 비교가 안돼요.”
이동국=“물집이 잡히면 바늘로 터트리는 과정을 100번 이상 반복해야 굳은살이 생기는거야. (재아의 손을 만지며) 너도 딱딱한데.”

-아빠가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이재아=“테니스와 축구는 스텝이 비슷한 면이 있어요. 아빠가 스텝과 튜빙훈련, 멘털을 가르쳐줘요.”
이동국=“쌍둥이 재시가 운동신경이 훨씬 더 좋은데, 재아는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열심히하는게 장점이에요. 딱 땀흘린 만큼 그대로 결과가 나온다는걸 아는 것 같아요.”

이동국과 오남매를 키우면서 내조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수진씨. [이동국 인스타그램]

이동국과 오남매를 키우면서 내조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수진씨. [이동국 인스타그램]

-오남매를 키우는 이수진씨를 휴대폰에 ‘슈퍼 맘’이라고 저장했다던대.
이동국=“재아가 대회를 다니면서부터 전 뒷전으로 밀렸어요. 모든 스케줄이 재아 위주로 돌아가고 있죠. 아내는 어떻게보면 저까지 ‘아이 여섯’을 키우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엄마가 없으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고맙죠.”

이동국과 오남매. 태명이 대박이인 막내아들 시안이는 요즘 CF 스타다. 이동국은 요즘 대박이가 가장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동국 인스타그램]

이동국과 오남매. 태명이 대박이인 막내아들 시안이는 요즘 CF 스타다. 이동국은 요즘 대박이가 가장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동국 인스타그램]

-재아는 소속팀이 없는데.
이동국=“개인 레슨을 받고 있고, 자비로 골프처럼 해외대회에 출전하고 있어요. 남자테니스 정현 선수는 어릴적 기업에서 후원을 받았는데, 재아는 지금 ‘대박이 스폰’으로 다니고 있어요(태명이 대박이인 시안이는 우유 등 다양한 광고에 출연했다). 재아야, 내가 나중에 현대자동차(전북 현대 모기업)에 부탁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돼. 너가 잘해야한다(웃음).”

2014년 9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재아를 위해 테니스 스크로크 세리머니를 펼친 이동국. [중앙포토]

2014년 9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재아를 위해 테니스 스크로크 세리머니를 펼친 이동국. [중앙포토]

-이동국이 2014년 9월 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테니스 스트로크’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이재아=“골이 들어가자마자 폴짝폴짝 뛰면서 기뻐해서 못봤어요. 아빠가 진짜 해줄지 몰랐는데 감동 받았어요. 나중에 TV로 봤는데, 폼은 좀 웃겼어요(웃음).”

-재아양의 꿈은 뭔가요.
이재아=“아빠가 약속을 지켜줬으니깐, 제가 우승하고 ‘발리슛 세리머니(이동국 전매특허)’를 하고 싶어요. 위닝샷으로 딱 이기면 아빠와 가족, 코치님에게 달려가 안길거에요. 진짜 해냈다고 자랑할거에요.”
이동국=“시시한 대회에서는 하면 안돼.”
이재아=“윔블던에서 우승하고 할거야.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상금 50억을 모을거고, 아빠하고 엄마한테 5억원을 줄거야.”
이동국=“평생 못보겠구만.(하지만 이동국은 아빠 미소로 재아를 바라봤다)”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