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전보다 고공전…민주당,一石三鳥 '황교안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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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검찰 수사에 개입해서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는지, 어떤 권력의 힘이 작용했는지 검찰은 명운을 걸고 밝혀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의혹을 언급했다. 연일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권고를 환영하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포함한 권력의 조직적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누가’가 누구인지는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날의 발언과 연결지으면 쉽게 표적이 드러난다.

4ㆍ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시민생활체육관 앞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강기윤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4ㆍ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시민생활체육관 앞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강기윤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홍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직격(直擊)했다. 그는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진상규명을 하자는 요구를 ‘공작정치, 황교안 죽이기’라 하면서 자기 비호하기 급급하다. 스스로 떳떳하면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황 대표 죽이기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오히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으면 그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 할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런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증언과 진실 고백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해소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더 치밀하게 펼칠 계획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뉴스1]

민주당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 공세에 집중하는 건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교안 때리기가 1석 3조(一石三鳥)의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김학의 전 차관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해소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필요성을 부각하며 ▶경남 지역의 보궐 선거를 지원하는 효과가 그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김학의 사건은 왜 공수처법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권력자가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는데 누군가의 비호로 진상 규명도 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김학의ㆍ버닝썬ㆍ장자연 사건의 진상 규명은 정의와 양심 문제”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드루킹 재수사와 함께 특검을 도입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흥정 대상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인 2013년 사건→권력형 범죄→수사의 성역→황교안의 논리로 여론전을 펴고 있다.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원 안)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항공기 탑승 직전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공항에 5시간가량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이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 캡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원 안)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항공기 탑승 직전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출국을 제지당했다. 공항에 5시간가량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이 23일 새벽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 캡처]

민주당은 경남 창원과 통영의 보궐 선거도 한국당 지휘부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를 하는 등 현장에서는 발을 빼는 모양새이지만 대신 ‘고공전’을 펴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25일 회의에서 “보수 정권 10년 동안 조선 산업을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은 결과, 통영 고성과 창원이 극심한 어려움 겪고 있다. 통영 창원 지역 주민들의 눈물을 닦는 것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인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주말 내내 저급한 색깔론만 들먹이고 있다”면서 “조선 산업을 최악 위기로 몰아넣은 2015년부터 2년간 국무총리 한 게 누구냐”고 말했다. 이어 “조선 산업을 망가뜨려 지역 경제 위기에 빠뜨린 데 반성ㆍ사과하고 선거운동을 하라”고 주장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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