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정정한 감사보고서를 26일 오전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정정 감사보고서 제출을 공시한 시간은 증시 개장(오전 9시)을 30여 분 앞둔 오전 8시 23분이었다.
거래소는 이날 오전 8시 33분 아시아나항공을 관리종목에서 해제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관리종목의 해제 기준일은 27일이다.
외부 감사인(삼일회계법인)의 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뀌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도 수정됐다.
수정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확정 실적(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매출액 7조1834억원으로 전년보다 8.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보다 88.5%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 22일 제출한 '한정' 의견의 재무제표보다 나빠진 수치다. 기존에 제시했던 영업이익 459억원은 영업손실 351억원으로 변경되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기존 재무제표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810억원 커진 것이다.
당기 순손실 규모는 기존 125억원에서 963억원으로 838억원(670%) 늘어났다. 매출은 기존 6조2401억원에서 6조2102억원으로 391억원(0.6%) 감소했다.
부채총계는 기존(6조614억원)보다 1066억원(1.8%) 증가한 6조1681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으로 전년 대비 83.4%포인트 높은 649.3%, 단독 기준으로 전년 대비 94.6%포인트 높은 814.9%로 공시했다. 회사채의 조기상환 기준인 부채비율 1000%를 넘지는 않았다.
감사인에 따르면 재무제표에서 수정 반영한 부분은 ^마일리지 이연수익과 관련한 매출액 과대계상 391억원 ^운용 리스 항공기의 정비충당 부채 과소계상 425억원 ^투자주식 손상차손 과소계상 223억원 ^관계기업 투자주식 관련 자산과 부채 과소계상 324억원 등이다.
당초 상장폐지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아시아나항공86)도 상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됐다"며 "27일부터 거래정지가 해제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을 KRX300 지수의 구성종목에 유지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관리종목에 지정됐다는 이유로 오는 28일 KRX300 구성종목에서 제외할 예정이었다. KRX300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요 300개 종목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주가지수다.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1일 종가보다 630원(15.6%) 떨어진 34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한때 17%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이 회사 주가가 3400원대로 밀린 것은 지난해 10월 30일(3400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과 25일에 이틀간 거래 정지 조치를 받은 이후 사흘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남은 문제는 신용등급 하향 여부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BBB-)을 투기등급(BB+)으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면 아시아항공이 발행한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해 투자자가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산업도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21일 종가보다 2300원(18.7%) 내린 1만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한때 25% 넘게 떨어진 92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 회사 주가가 1만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1일(9900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금호산업도 이날 기존 '한정'에서 '적정'으로 감사의견이 정정된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거래소는 27일자로 금호산업을 관리종목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