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무혐의로 전세 역전 트럼프 "반역행위 확실히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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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을 방문한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을 방문한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공모 의혹을 제기한 반대 세력을 향해 “조국에 대한 반역”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자신에 면죄부를 준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를 무기로 민주당과 주류 언론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다. 뮬러 특검이 22개월 수사 끝에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다”는 결론 내고 종료되자 180도 국면이 바뀐 셈이다. 뮬러 특검이 사법방해에 대해서도 기소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자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증거불충분’으로 러시아 의혹 관련 모든 법적 논란을 종결했기 때문이다.

CNN "자신 공격 민주당·언론 대상 수사할 계획" #공화당·폭스,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사퇴" 공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이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사악하고 매우 나쁜 짓을 저지른 수많은 사람들이 밖에 있다”며 “나는 우리나라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이같은 해를 끼치고 정말 나쁜 일을 겪게 한 사람들은 확실하게 수사를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은 왜 조사받지 않는거냐’고 말해 왔다”며 “그들은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고 많은 사악한 짓을 저질렀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다른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5~6명의 백악관 보좌진을 인용해 “뮬러 특검이란 유령이 사라지자 트럼프가 자신의 부정행위를 끊임없이 비난해온 민주당과 언론 보도를 새로운 대상으로 수사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도 확실히 수사받아야 한다는 발언이 뮬러 특검 보고서를 무기화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하면서다. 수사 대상엔 자신의 취임 전 수사를 지시한 법무부 고위 인사들과 자신을 상대로 정치 공세를 펼친 민주당 인사들이 포함된다. 백악관 일부 보좌진은 “대통령이 구원에 집착한 나머지 정적에 보복하기 위해 극단적 조치를 촉구하는 등 도를 넘어 명백한 승리를 반감시킬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와 공모는 없다"는 특검 보고서 결론이 공개된 뒤 백악관과 공화당은 민주당 저격수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사진)을 향해 "즉각 사퇴하라"며 공세를 집중했다.[AP=연합뉴스]

"러시아와 공모는 없다"는 특검 보고서 결론이 공개된 뒤 백악관과 공화당은 민주당 저격수인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사진)을 향해 "즉각 사퇴하라"며 공세를 집중했다.[AP=연합뉴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선 “불법적인 대통령 타도 음모”에 대한 조사 움직임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말이 안 되는 건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직업윤리에 어긋나고 수상한 행위를 포함해 직권남용에 대해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방첩 수사를 근거로 트럼프 선거캠프에 대한 은밀한 스파이행위가 벌어졌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저격수를 상대로 한 역공도 시작됐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애덤 시프(하원 정보위원장)는 미 국민에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그가 정보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시프 위원장은 2016년 선거기간 중 모스크바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추진해왔다. 이후 뮬러 특검 보고서의 결론이 공개되자 보수성향 폭스뉴스가 먼저 시프를 상대로 공세에 나서자 공화당 지도부가 사퇴 요구에 가세한 것이다. 이날 캘러언 콘웨이 백악관 보좌관도 “즉각 사퇴하라”며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자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그가 공격받는 것은 그만큼 그가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백악관과 공화당의 위협에 겁먹지 않을 것이며 뮬러 특검 보고서의 완전한 공개 요구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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