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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대통령 경호처 사복 경호와 정복 경호 뭐가 다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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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을 입은 대통령 경호원의 기관단총 노출로 불거진 과잉경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구 칠성시장에 기관단총 든 문대통령 경호원 사진 /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대구 칠성시장에 기관단총 든 문대통령 경호원 사진 /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22일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원이 사복 차림으로 기관단총을 꺼내는 듯한 사진이 논란이 되자, 24일 청와대는 2008~2019년 사이 찍힌 대통령 경호원 사진 6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경호원들은 모두 유니폼 또는 양복을 입고 있다. 청와대는 경호원의 기관단총 소지와 노출은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호에는 정복을 입고 하는 공개경호와 편의복을 입고 하는 은폐경호가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편의복을 입은 경호원이 총기를 드러내 예상하지 못한 위협감을 준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반면 청와대 측은 정복과 사복을 구분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고 해명했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①사복·정복 구분 규정 없다? → YES
전문가들은 사복 경호와 정복 경호를 엄격히 구분한 규정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소나 상황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경호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호처 현장지휘관이 그때그때 복장을 결정한다. 한 경호 전문가는 “양복이나 전투복을 입으면 ‘경호원’이라는 티가 나지만, 그렇다고 정복과 사복의 개념을 엄밀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 칠성시장에서는 경호처가 사복 경호를 가장 효율적 방식으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복을 포함한 정복요원은 전투요원, 사복요원은 호위요원’으로 복장에 따라 임무가 다소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경호처에서 20여 년 근무했던 한 전직 간부급 인사는 “기관단총을 들고 비상상황에 대기하는 ‘대응공격팀(Counter-Assault Team·CAT)’은 정복을 주로 입는 반면, 사복경호원은 비상시 대통령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호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규모 공식행사의 경우 CAT가 ‘위력경호(총기노출로 강한 경호를 증명하는 것)’를 위해 일부 노출 배치되기도 한다. 실제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중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인천공항 방문 시 배치된 경호원들의 모자에는 ‘CAT’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총기'가 노출된 대통령 경호 사진

청와대가 공개한 '총기'가 노출된 대통령 경호 사진

②사복 경호는 현 정부의 방침인 '열린 경호'? → NO
청와대는 “사복 경호는 문재인 정부의 낮은 경호·열린 경호·친절한 경호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있던 경호방식으로, 현장에 따른 판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경호처 출신 관계자는 “비상상황 시 정복경호팀이 출동하기 전에 대통령을 신속하게 엄호할 필요성 때문에 도입한 게 사복경호원”이라며 “전두환 정부 때부터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사복 경호원은 보통 사진에 찍힐 정도로 노출되지 않아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③사복 경호원의 기관단총 노출은 문제없는 행위? → NO
“사복을 입은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노출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직 경호처 간부급 인사는 “사복요원이 ‘알총을 까는(기관단총을 노출하는 것을 뜻하는 은어)’ 것은 정말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화기 노출은 현장 상황이 엄중해 강한 경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러 하는 행위”라며 “정복 경호원과 사복 경호원의 총기 노출은 완전히 다른 행위다. 내가 만약 현장 지휘관으로 있었다면 그렇게 (노출을)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2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 당시,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모습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고 반박하며 과거의 근접경호 사진을 배포했다. 사진은 2008년 8월 26일 서울숲에서 열린 한중청년 대표단 간담회. [사진제공=청와대]

청와대가 2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 당시,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모습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고 반박하며 과거의 근접경호 사진을 배포했다. 사진은 2008년 8월 26일 서울숲에서 열린 한중청년 대표단 간담회. [사진제공=청와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25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관단총 노출이 과잉경호라는 지적에 “저도 그렇게 본다. 국민 불안을 자극하는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전직 경호처 출신 다른 인사는 “어찌보면 작은 실수를 청와대에서 강하게 반박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국민 입장에서 위화감을 느꼈다면 잘못된 경호”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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