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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재 철회” 이틀 만에…북한 개성사무소 일부 복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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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은

김정은

지난 22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했던 북한이 25일 일부 인원을 복귀시켜 정상 근무 중이라고 통일부가 밝혔다. 북측이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인력 전원을 철수시킨 지 3일 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측 실무직원 4~5명이 오전 8시10분쯤 연락사무소로 출근해 근무 중”이라며 “북측은 평소대로 ‘교대근무차 (평양에서) 내려왔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연락사무소 정상 운영 때처럼 오전·오후 남북 연락대표 간 협의가 진행됐다. 북측은 오전 협의 때 “연락사무소가 북남(남북)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 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 복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정상 운영될 것이며, 향후 연락사무소는 본연의 기능을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 “공동선언 맞게 사업 해나가야” #철수 사흘 만에 복귀 전례 없어 #정부 “사무소장은 안 와 지켜봐야”

다만 정부는 연락사무소의 완전 정상화에 대해선 평가를 자제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 연락사무소장과 소장 대리는 이날 복귀 인원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됐을 때 북측에선 10명 안팎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절반가량만 근무 중이고 소장 등이 복귀하지 않은 만큼 완전 정상화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북측은 철수 및 복귀 이유에 대해 남측에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평소대로 연락대표 접촉이 이뤄진 점을 볼 때 남북 간 협의 채널은 정상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북측의 복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제재 철회 트위터가 있은 후 이틀 만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달래는 신호를 보내자 북한이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은 미 재무부의 대북제재 단행 소식이 알려진 지 약 6시간 만에 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오전 트위터로 “추가적 대규모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히자 월요일인 이날 인원 일부를 정상 출근시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통일안보센터장은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게 입장을 바꾼 결정적인 이유였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대한 여론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흐르자 슬며시 연락사무소 부분 재가동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북측이 철수를 통보했을 때 밝혔던 ‘상부의 지시’는 통상 김정은(얼굴)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간주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접한 뒤 김 위원장이 철수 지시를 다시 조정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을 위해 연락사무소 철수 카드를 빼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로 정세가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단 북측이 ‘상부의 지시’를 손바닥 뒤집듯 거둬들인 것도 전례 없는 일이어서 북한의 속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지시로 여겨지는 ‘상부의 지시’가 사흘 만에 바뀐 자체가 석연치 않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혼선이 있었다면 북한 내부 사정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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