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스페인 북 대사관, 암호해독 컴퓨터 도난 당했을 것”

중앙일보

입력 2019.03.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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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태영호. [연합뉴스]

태영호.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달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 때 북한이 핵심 암호 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를 도난당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이 중국·러시아 등 해외에 있는 자국 대사를 소환한 것도 비밀 전보문으로 지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러 대사 평양에 부른 건
비밀 전보문 전달 못해서인 듯”

태 전 공사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세계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한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아 침입자들이 북한대사관의 핵심 기밀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북한대사관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 평양과 대사관이 주고받는 전보문의 암호를 해독하는 변신용 컴퓨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세계 모든 나라 대사관들이 본국과 통신용 컴퓨터를 통해 암호화된 전문을 주고받지만, 북한의 특수암호 기술은 그 어느 서방 정보기관도 풀 수 없다는 ‘항일빨치산식’”이라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항일빨치산식이라는 이름은 중국공산당이 항일투쟁 때 발명한 것으로, 공산당 본부에서 지방 당 조직이나 국민당 통제지역 공산당 조직에 지시를 내려보낼 때 사전에 여러 소설을 먼저 보내준 이후 암호문을 보내면서 암호전문마다 서로 다른 소설의 페이지와 단락에 기초해 해독하는 방식을 쓴 데서 유래됐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그 암호 프로그램이 담겨 있는 컴퓨터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도 큰일”이라며 “아마 원천파일부터 다 교체하고 이미 나간 북한 소설들을 다 없애야 하며, 한동안 평양과 모든 북한 공관 사이에 암호통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북한 외교관이라면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저지해야 했는데 그것을 빼앗겼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태 전 공사는 “이번에 북한이 미국과의 새로운 협상 전략을 세우면서 중국·러시아·뉴욕 주재 대사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는데 그 이유도 전보문을 통해 비밀사항을 현지 대사관에 보낼 수 없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지재룡 주중국 대사, 김형준 주러시아 대사, 김성 주유엔 대사는 지난 19일 평양으로 급거 귀국했다. 지 대사와 김 주유엔 대사는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모습이 포착돼 나흘 만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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