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성분 감소” “풍부한 맛”…등하굣길 담배 광고만 156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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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초·중·고교 주변 200m 이내에서 담배를 파는 곳이 평균 7곳이고, 판매점마다 20개가 넘는 담배 광고물이 부착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25일 청소년이 오가는 학교 주변 담배 소매점의 담배 광고 실태와 영향을 공개했다. 서울시 초·중·고 200개교 주변 200m 이내의 담배 소매점(1011곳)을 조사했다. 학교 한 곳당 200m 이내에 담배 소매점이 평균 7개 들어서있다. 가장 많은 데는 27곳이 있다. 편의점(49.7%), 수퍼마켓(32.4%)이 대부분이고, 문구점·서점 등에서도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긍정적 문구·캐릭터로 청소년 유혹 #“소매점 광고·진열 등 규제 필요”

담배 소매점 중 91%가 담배 광고를 한다. 소매점 1곳당 광고물은 평균 22.3개로 지난해보다 7.6개 늘었다. 특히 편의점은 평균 33.9개이며 8.9개 늘었다. 광고물은 발광다이오드(LED), 포스터 등으로 돼 있어 점포 외부에서도 잘 보인다. 아이들이 즐겨사는 초콜릿·사탕 옆에 배치돼 있고 만져볼 수 있는 것도 있다.

광고 내용도 ‘유해 성분 평균 90% 감소’ ‘풍부한 맛, 부드러운 목넘김’ 등 담배의 유해를 가리거나 담배의 맛과 향을 강조한다. 긍정적인 문구와 그림, 동물이나 캐릭터 등으로 청소년 흡연을 부추긴다.

이러한 담배 광고에 대해 소매 점주(544명) 10명 중 3명은 진열된 담배와 광고가 청소년의 흡연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응답했다. 또 학교 200m 이내 담배 소매점에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것에 77.2%의 담배 소매 점주가 찬성했다.

현행 법률에는 담배 소매점의 광고를 외부에서 볼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런데 소매 점주의 58.1%가 이를 몰랐다.

중·고등학생(916명)의 54.2%는 일주일에 3회 이상 편의점·슈퍼마켓 등의 담배 소매점을 이용한다. 청소년의 94.5%가 진열된 담배를, 85.2%는 담배 광고를 봤다. 69.1%는 최소한 1개의 담배 브랜드를 알고 있다. 12%는 5개 이상 알고 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청소년들이 흡연 조장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담배 소매점의 담배 광고, 진열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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