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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861만원 제공, 비밀엄수 조건…드러난 ‘KT 고액 자문계약서’

중앙일보

입력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KT가 로비 사단을 위촉 및 운영하는데 KT 황창규 회장이 적극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KT 고문 14명에 자문료 20억 논란 #KT측 “정상계약 맺고 자문 받아” #이철희 “활동입증 못하면 해임사유”

전날(24일) KT가 정ㆍ관ㆍ군 출신 로비 사단을 운영했으며 이들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20억원 이상을 줬다고 주장한 데 이어 그 운영의 중심에 황 회장이 있다는 추가 의혹 제기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중앙포토]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내는 형식으로 ‘KT 경영 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 고문 운영지침서’를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위촉계약서는 작성날짜가 2014년 11월 1일이다. 계약서엔 “고문으로서 회사의 업무운영에 관한 자문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정함”(제1조)이라고 목적이 적시됐다.

비밀유지의무를 강조한 조항도 있었다. 같은 계약서 제4조에는 “고문은 계약기간 중 지득한 회사의 업무상 또는 기술상 정보에 대해 계약 기간 중에는 물론 계약 종료 후에도 이를 누설해선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KT 경영고문 자문료 지급 현황 [이철희 의원실 제공]

KT 경영고문 자문료 지급 현황 [이철희 의원실 제공]

이철희 의원은 “계약서에 해당 고문의 이름은 가려져 있지만 계약일과 월 자문료로 미루어봤을 때 홍문종(자유한국당) 의원의 특보 출신인 이모 고문과의 계약서로 보인다”며 “4년 넘게 20억원이 넘는 막대한 회삿돈으로 운용된 KT 경영 고문의 실체를 입증하는 기록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의 측근인 이씨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책특보를 지냈다. KT에는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근무했으며 매달 자문료로 861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저는 측근의 KT 자문위촉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구태한 정치공세를 멈춰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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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의원은 KT 경영 고문의 역할과 처우 등을 규정한 ‘경영 고문 운영지침서’도 공개했다. “경영 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은 회장에 있다”(제5조), “고문의 최종 위촉 여부는 회장이 결정”(제7조) 등의 조항이 눈에 띄었다.

이 의원은 “운영지침의 핵심은 경영 고문 위촉이 회장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이라며 “운영지침대로라면 황창규 회장은 경영 고문으로 누구든지, 별다른 비용과 기간의 제한 없이 위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리후생 기준은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14조),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7조)와 같은 조항도 있었다. 경영 고문의 위촉뿐 아니라 운영에도 황 회장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고문의 역할로 “외부기관의 인적관리”(12조) 등을 적시했는데 이 의원은 이를 두고 KT가 처음부터 경영 고문을 로비 대가용 자리로 마련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양석 자유한국당,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KT에선 민간 기업이 내규로 경영 고문을 위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문 계약 또한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한 정상적 활동 범주 안에서 행해졌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며 “이는 형사적 처벌 뿐만 아니라 KT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하며 관련 수사를 촉구했다. 황 회장은 2020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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