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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칠성시장 방문 때 경호원 기관단총 노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22일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원이 기관단총(원 안)을 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24일 이 사진을 공개하며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사진 트위터]

지난 22일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원이 기관단총(원 안)을 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24일 이 사진을 공개하며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사진 트위터]

지난 22일,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경호원이 품속에서 기관단총을 꺼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경호의 원칙을 어긴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태경 페북에 올리며 “섬뜩하다” #청와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 #전 정부 때 총기노출 사진 공개 #하 의원 “정복과 사복경호가 같나”

논란은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3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사진에는 칠성시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 근처에 남색 패딩을 입은 경호원이 품속에서 성인 팔 길이 정도의 기관단총을 꺼내드는 모습이 찍혔다. 하 최고위원은 “만약 (합성이 아닌)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며 “대통령 근접 경호 시 무장테러 상황이 아니면 기관단총은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경호수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진 속 인물은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맞다”며 “경호원이 무기를 지닌 채 경호 활동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라고 경호처의 입장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할 수 없고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시장방문에서는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된다”며 “이런 대응은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테러 첩보가 입수되지 않았는데도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노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적절치도 않다고 지적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시장을 방문한 대통령을 수행한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소지한 것은 “일반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경호처 간부 출신 인사는 “사진 상으로 드러난 총은 ‘MP7’이라는 독일제 기관단총으로 추정된다”며 “시민들이 북적이는 시장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야전(野戰) 가능성이 있는 장소’다. 문제 발생 시 개인화기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기관단총을 소지한 것은 교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관단총을 시민들 앞에서 노출한 것은 경호수칙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까지 대통령 근접 경호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경호의 대원칙은 은닉”이라며 “아주 다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전용 케이스에 담아두고 손을 케이스에 넣고 대기하는 게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까지 20년 넘게 전직 대통령들을 근접 경호해 온 한 전문가는 “1983년 발생했던 아웅산 테러 현장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대통령을 경호하면서 ‘알총을 깐(기관단총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을 뜻하는 은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청와대는 이날 오후 과거 대통령 근접 경호 상황에서 경호처 직원들이 총기를 휴대하고 있는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며 “기관단총 소지가 과거정부 때도 있었던 통상적인 경호 방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서울숲에서 열린 한·중 청년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앞에 서 있는 경호처 직원의 양복 안에는 기관단총으로 보이는 총기가 확인된다. 또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린 광주월드컵 경기장과 2016년 6월 인천공항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우수기업 방문 현장에도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호처 직원들이 배치됐다.

이같은 청와대의 사진 공개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경호에는 정복(경호원 양복 포함)을 입고 하는 공개경호와 편의복을 입고 하는 은폐경호가 있다. 정복을 입은 경호원이 총기를 휴대했다고 위화감을 느끼는 국민은 없다”며 “이번 논란은 민간인 같은 편의복을 입은 경호원이 총기를 드러내, 예상하지 못한 위협감을 준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강태화·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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