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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보고 채용? 스타트업은 숨은 고수를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43) 

복수전공 학위 제도가 등장했지만, 많은 학생이 학교 밖에서 무료 온라인 교육과 교외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외부 교육을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융합 교육’의 확대는 창의적 인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게 아주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인재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에게는 기존 채용 프로세스가 아닌 새로운 방법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훌륭한 기술지식을 보유한 인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서류 전형 등 비대면 채용 방식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대기업 채용 방식, '숨은 고수' 못 찾아

세상에 ‘숨은 고수’는 많다. 세계 유명 대학에 대형 공개 온라인 과정을 제공하는 edX와 유튜브 등 온라인상이 그렇다. 숨은 고수는 내실을 중시하지만 남들과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일괄적이고 획일적으로 대량 채용에 집중하는 대기업은 숨은 고수를 발굴하기가 어렵다. 설령 숨은 고수를 발견한다고 해도 이내 곧 대기업 고유의 규격화로 몰개성화시켜 버려서 금방 쓸모없게 만들어 버린다.

숨은 고수는 스타트업에게 한 줄기 빛이다. 숨은 고수를 발굴해 내기 위해선 색다른 채용 안내가 필요하다. 흔히 학위나 경력으로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공을 쌓지 못한 채 학위와 경력만 갖춘 껍데기들만 몰릴 가능성이 크다. 지원자는 많지만 쓸만한 사람은 없어 결국 가장 높은 학위 또는 가장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한 경력자만 뽑게 되는 악수를 두게 된다.

박사 학위 소지자는 이론 증명에는 탁월하겠지만 실전엔 약할 수 있다. 따라서 지원 요건으로 나이, 학력, 학위, 직장보다는 필요한 기술과 지식, 역할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pixabay]

박사 학위 소지자는 이론 증명에는 탁월하겠지만 실전엔 약할 수 있다. 따라서 지원 요건으로 나이, 학력, 학위, 직장보다는 필요한 기술과 지식, 역할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pixabay]

박사 학위 소지자는 이론 증명에는 탁월하겠지만 실전엔 약할 수 있다. 큰 기업은 구성원의 실력 편차가 크다. 대기업 출신이라도 역량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직한 대기업의 고위직 임원이 “이 기업에는 왜 전에 근무할 때 있던 것이 없나요”라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따라서 지원 요건으로 나이·학력·학위·직장보다는 필요한 기술과 지식, 역할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상세하고 장황하게 나열하지 말고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도록 하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의 지원 의욕 자체를 오히려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한 지식과 기술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기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배워가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평가하는 데 집중하자. 그러다 보면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사람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와 같이 편견을 버리고 역량과 성장 가능성에 집중해 인재를 채용하게 되면 무서울 것 없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배워가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평가하는 데 집중한다면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사람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중앙포토]

앞으로 얼마나 배워가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평가하는 데 집중한다면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사람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중앙포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마련한 각종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도 있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잠재적 구직 개발자와 만나보기 바란다. ‘멋쟁이 사자처럼’ 같은 개발자 부트캠프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거나, ‘모두의 연구소’와 같은 기술 학습 플랫폼을 개최해 보자. 직접 후원하고 개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해당 행사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며 자연스럽게 잠재적 구인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원자의 관심사를 논의해 봄으로써 나와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개발 업무는 혼자 하는 발명이나 논문을 쓰는 행위가 아닌 고객의 문제를 풀기 위한 팀 활동이다. 모든 팀 활동은 원활한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에서는 전문 기술 커뮤니케이터를 고용해서 이 업무를 소화할 수도 있겠으나 스타트업의 경우 구성원이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을 던졌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기 바란다. 본인이 모르는 질문임에도 적극성을 보인다며 틀리든 맞든 마구 답을 풀어 놓는 지원자가 있다. 이는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아는 척하며 해결하려는 태도이기에 매우 심각한 결함이다.

모르는 질문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며, 동시에 역질문을 던져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 태도다. 이게 자신의 역량을 정직하게 드러내면서 지적 호기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효과만 부르는 스트레스 테스트

한 취업준비생이 특별히 준비한 자기소개 패널을 손에 든채 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면접은 소통의 자리다. 지원자가 자신의 속내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 취업준비생이 특별히 준비한 자기소개 패널을 손에 든채 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면접은 소통의 자리다. 지원자가 자신의 속내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면접은 소통의 자리다. 회사와 지원자가 서로의 필요를 발견하는 매우 창조적인 자리다. 지원자가 자신의 속내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쓸데없이 지원자를 심문하듯 압박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좋지 않게 만들어 인재도 마음을 떠나게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그렇게 해본다고 하지만,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아가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지속할 수 있지 않다.

상대를 비하하고 헐뜯고 수시로 비난하며 오만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지원자는 피하자. 이런 사람은  혼자 하는 업무에는 적합하겠지만 팀 업무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팀의 사기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불신의 벽을 엄청나게 쌓아 올린다. 만약 실수로 이런 사람을 고용하게 된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 옳다.

위 내용을 염두에 두고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해보자.
1단계: 각 담당자 1차 인터뷰
2단계: 업무 관련 일반적 문제 풀이 (오픈북 방식 추천)
3단계: 구성원 세미나, 워크숍, 회식 등에 초대
4단계: 유급 인턴 또는 주말 알바 형태의 회사 업무 동참 기회 제공
5단계: 채용 결정권자 최종 면접
규모가 큰 기업은 비효율적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스타트업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많은 지원자를 봤는데도 뽑고 싶은 사람을 찾지 못해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타협하는 경우를 본다. 잘못 뽑은 사람은 자기 자신의 성과만 망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긴다. 이 상처는 너무 커서 차라리 안 뽑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정말 뽑고 싶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라.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뽑기로 마음먹었다면 뽑은 사람에게 혼신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말기 바란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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