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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5분에 치고 달리기...'수퍼소닉' 손흥민의 스피드 본능

중앙일보

입력

손흥민이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이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뉴스1]

 2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치르는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27·토트넘)이 후반 45분 인상적인 장면을 하나 남겼다. 볼리비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순식간에 공이 중원으로 향하자 손흥민은 잽싸게 달려 왼 측면에서 공을 따냈다. 한 차례 공을 터치해 앞으로 넘긴 손흥민은 왼 측면을 마치 육상 100m 레이스를 펼치듯 돌파해 들어갔다.

끝내 상대 수비에 막혀 공격권을 내주는 상황이었지만 축구장의 4만여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던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이 모습을 본 축구팬들은 축구계 최고의 '치고 달리기' 기술을 보유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을 연상시킨다며 '가레스 흥민'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손흥민은 시속 34km, 306스프린트로 두 부문 모두 팀 내 최고다. [데일리 메일 캡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손흥민은 시속 34km, 306스프린트로 두 부문 모두 팀 내 최고다. [데일리 메일 캡처]

손흥민은 유럽 축구계에서도 주목할 만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지난달 영국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의 순간 최고속도가 시속 21.31마일(MPH)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로 환산하면 시속 34.3라는 의미였다.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하프라인부터 문전까지 50m 거리를 7초만에 주파하면서 골을 터뜨렸다. 당시 그의 최고스피드는 시속 32.83km. 토트넘에서 가장 빠른 손흥민을 두고 영국에선 게임 캐릭터인 소닉에 빗대 ‘수퍼소닉(superSONic)’이라고 부른다.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의 평가전. 손흥민이 볼리비아 수비진 사이로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의 평가전. 손흥민이 볼리비아 수비진 사이로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도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하는 손흥민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많은 걸 보여줬다. 이날 손흥민은 슈팅을 7개나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수 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폭을 넓혀 움직이면서 활동량이 많았고, 과감한 돌파와 감각적인 패스, 번뜩이는 플레이는 여전히 돋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미안하다고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골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기회를 번번이 날려 이번 무득점으로 A매치 8경기 연속 무득점 기록을 이어간 그에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이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이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다시 골문을 정조준한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던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득점을 다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이 경기 막판 보여준 '치고 달리기'는 강한 인상이었다. 공을 따내고, 마지막까지 골을 넣기 위해 강한 집념을 보인 손흥민의 '치고 달리기'는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치 지난해 독일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골을 넣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 모습처럼 말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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