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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열렸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현장 중계

중앙일보

입력

오른쪽 섬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릴 때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모도다. 멀리서 보면 길이 활처럼 휘어져 보인다. 왼쪽 섬은 금호도다. 백종현 기자

오른쪽 섬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릴 때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모도다. 멀리서 보면 길이 활처럼 휘어져 보인다. 왼쪽 섬은 금호도다. 백종현 기자

“와 진짜 열린다, 바다가 열렸어!”
22일 오전 5시 45분, 한반도 남서쪽 끄트머리 전남 진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둑한 시간, 거짓말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너른 길이 드러났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린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 게다.

제41회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지난 21일 시작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고군면 금계리 앞바다가 갈라지며 잠겨있던 지반이 일시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가계해변 옆 둑에서 망망대해 위 모도까지, 약 2.8㎞에 걸쳐 폭10~40m의 길이 열린다. 한번 열린 바다는 1시간 뒤부터 다시 물이 차며 닫히기 시작한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22일 오전 6시경 모습이다. 때가 일러 바닷길이 한산하다. 올해는 바다 갈라짐 현상이 예년만 못하다. 허리께 물이 덜 빠진 부분이 보인다. 백종현 기자

진도 신비의 바닷길. 22일 오전 6시경 모습이다. 때가 일러 바닷길이 한산하다. 올해는 바다 갈라짐 현상이 예년만 못하다. 허리께 물이 덜 빠진 부분이 보인다. 백종현 기자

기적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매년 음력 12월 중순부터 3월 초, 조석 간만의 차이가 큰 대사리 때만 벌어지는 진기한 광경이다. 한 해 딱 열흘 정도만 볼 수 있다(인천 실미도, 화성 제부도, 보령 무창포, 통영 소매물도 등에서도 바닷길이 수시로 열리지만, 규모가 진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줄지어 걷는 사람들. 21일 오후 6시 무렵이다. 이날은 간조 때도 물이 발목까지 들어왔다. 장화가 필수였다. 백종현 기자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줄지어 걷는 사람들. 21일 오후 6시 무렵이다. 이날은 간조 때도 물이 발목까지 들어왔다. 장화가 필수였다. 백종현 기자

바닷길을 건너는 일은 여간 수고로운 게 아니다. 물때와 사리가 일정하지 않아서다. 해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올해는 해수면이 예년보다 높아 바닷길이 완전히 열리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모도를 향해 걷는다. 밤에는 횃불을 쥐고 건너고, 물이 덜 빠지면 장화를 신고 건너고, 비가 오면 우비를 뒤집어쓰고 건넌다. 최근 10년간 약 495만 명이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다녀갔다.

21∼24일 진도 바닷길 축제 열려 # 하루 두 번 2.8㎞ 바닷길 드러나 # 최근 10년간 495만 명 바다 건너 # 외국인도 매해 5만 명 이상 방문

기적을 체험하는 행렬에는 외국인도 섞여 있다. 해마다 외국인 5만 명 이상이 축제를 찾는다. 그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 관광객. 대부분 50~70대다. 가수 덴도 요시미(天童 よしみ)가 90년대 신비의 바닷길을 배경으로 한 노래 ‘진도 이야기(珍島物語)’를 크게 히트시키며, 일본에도 그 명성이 닿았단다. 해마다 이맘때면 일본에서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주제로 한 여행 상품이 날개 돋힌 듯이 팔린다.

일본 오카야마에서 온 사쿠라이 도루(70)는 “덴도 요시미의 노래를 듣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던 노래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라고 말했다.

오사카에서 온 히로타 카와이(75)는 신비의 바닷길이 두번째란다.
“지난번에는 장화를 신고 걸어야 했는데, 오늘은 물이 많이 빠졌네요. 너무 신기합니다.”

미역을 채취하는 관광객들. 미역은 특별한 도구가 없없도 쉬이 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진도 갯벌엔 전복·바지락도 널려 있다. 백종현 기자
신비의 바닷길 기념사진도 빠질 수 없다. 백종현 기자

물이 빠진 바다는 천연 놀이터나 다름없다. 갯벌엔 전복·미역·낙지·청각·바지락 등 온갖 갯것이 널려 있다. 해산물을 채취하느라, 갯벌을 구경하느라,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조심히 발걸음을 옮긴다. 경남 진주에서 온 하진식씨가 갓 캔 미역을 들며 자랑했다. “바닷길도 걷고, 비닐 한가득 미역도 땄어요. 추운지도 모르겠네요.”

진도 만가. 상여를 운상하며 부르던 진도 지역 특유의 소리 문화다. 이밖에도 남도굿거리, 진도북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축제 내내 이어진다. 백종현 기자

진도 만가. 상여를 운상하며 부르던 진도 지역 특유의 소리 문화다. 이밖에도 남도굿거리, 진도북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축제 내내 이어진다. 백종현 기자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진돗개공연, 남도굿거리, 소포걸굿농악, 진도만가, 진도북놀이, 강강술래 등 볼거리가 많다. 23일 오전 6시 50분, 오후 7시 10분, 24일 오전 7시 40분, 오후 7시 50분에도 바닷길이 드러난다.

진도=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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