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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 에 마로네’… 꽃중년 비결은 블루·브라운의 조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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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호 18면

후줄근한 아재 패션과 작별하는 방법

김두식 회장은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배색하는 ‘아주로 에 마로네’를 스타일 첫 번째 법칙으로 제안했다. 네이비 재킷에 구두·타이·벨트·가방 등을 매치하는 게 기본이다.

김두식 회장은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배색하는 ‘아주로 에 마로네’를 스타일 첫 번째 법칙으로 제안했다. 네이비 재킷에 구두·타이·벨트·가방 등을 매치하는 게 기본이다.

“인생의 선배가 되고 조직의 리더가 되려는 남성에게, 옷차림은 능력이자 매너입니다.”

스타일 가이드북 낸 김두식 회장 #패션 외길 42년 “스타일은 훈련” #국내 최고령 모델 돼 직접 만들어 #네이비 슈트엔 밤색 구두·타이로 #2가지 색 기본에 포인트는 하나만 #안성기·해리슨 포드·오바마 등 #심플하게 치장하기 따라할 만

(주)클리포드의 김두식(67) 회장의 말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모든 면에서 중요한데, 남들보다 자신의 옷차림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기가 죽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최근 『지금부터 품격 있게 입는다』는 책을 냈다. 세련되게, 신사답게, 멋스럽게. 성공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1000가지 코디 노하우를 정리한 스타일 가이드 북이다. 1년에 걸쳐 원고를 썼고, 책 속 예시 의상도 스타일리스트 없이 모두 자신의 옷들로 직접 코디했다.

김 회장은 옷 잘 입는 멋쟁이로 유명하다. 대학 졸업 후 실크를 수출하는 (주)신성무역에 입사하고 몇 년 후인 1977년 클리포드를 설립했다. 남성 패션의 기본 아이템인 셔츠와 타이를 주력으로 하는 카운테스 마라를 론칭, 지금까지 패션외길 42년을 보낸 게 그의 이력이다. 이탈리아·영국·프랑스·미국 멋쟁이 신사들이 모두 그의 파트너였다.

하지만 그는 “스타일은 훈련”이라고 말했다. 의지를 갖고 연습을 반복하면 누구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스타일 가이드 책 출판도 “한국 남자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난 5일 김두식 회장을 만났다.

김두식 회장은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배색하는 ‘아주로 에 마로네’를 스타일 첫 번째 법칙으로 제안했다. 네이비 재킷에 구두·타이·벨트·가방 등을 매치하는 게 기본이다.

김두식 회장은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배색하는 ‘아주로 에 마로네’를 스타일 첫 번째 법칙으로 제안했다. 네이비 재킷에 구두·타이·벨트·가방 등을 매치하는 게 기본이다.

스타일 가이드북을 낸 이유는.
“3~4년 전부터 친구들이 옷 입기에 대해 자꾸 물어보더라. 확실한 대답을 주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찾아봤지만 우리나라 잡지나 스타일 책들은 대부분 감각에만 의존하고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 음악·미술은 기본 교재가 있는데, 왜 옷 입기는 교본이 없을까. 논리만 이해해도 기본은 할 수 있는데 안타까웠다.”
모델 없이 1000장이나 되는 책 속 사진을 직접 찍었다.
“국내에는 중장년 리더들을 위한 스타일 가이드북이 전무하다. 중장년 패션모델도 없다. 일일이 다른 사람의 사이즈에 맞춰 옷을 챙기려니 그것도 어렵더라. 결국 내 옷으로 직접 실전 옷차림을 보여주자 생각했다.”
김두식 회장은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배색하는 ‘아주로 에 마로네’를 스타일 첫 번째 법칙으로 제안했다. 네이비 재킷에 구두·타이·벨트·가방 등을 매치하는 게 기본이다. [신인섭 기자]

김두식 회장은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배색하는 ‘아주로 에 마로네’를 스타일 첫 번째 법칙으로 제안했다. 네이비 재킷에 구두·타이·벨트·가방 등을 매치하는 게 기본이다. [신인섭 기자]

‘옷 잘 입는 법칙’이 있다면.
“첫 번째는 ‘아주로 에 마로네(azzurro e marrone)’다. 이탈리아어로 아주로는 하늘색, 마로네는 밤색이다. 즉, 블루와 브라운 계열의 옷을 조합하는 건데 이탈리아 멋쟁이들이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오래 전부터 즐겨 사용해온 배색 규칙이다. 네이비 슈트라면 구두·타이·벨트를 브라운 계열로, 브라운 슈트라면 네이비 컬러의 액세서리를 선택한다. 블루와 브라운의 범위를 넓혀 하늘색, 데님색, 베이지, 카멜 등 짙고 옅은 정도까지 고려해 입는다면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코디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 법칙 ‘2+1’은 뭔가.
“옷을 입을 때 컬러는 2가지로 한정하고, 아주 작은 부분에 1가지 컬러 포인트를 주는 방법이다. 아주로 에 마로네가 역시 기본인데, 슈트 상단 포켓에 화려한 컬러의 행커치프를 꽂으면 멋쟁이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색을 여러 개 섞어 입으면 촌스러워 보인다. 안성기, 맷 데이먼, 해리슨 포드 같은 영화배우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옷차림을 보면 요란한 컬러나 액세서리를 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멋있다. 바로 내가 주장하는 ‘심플하게 치장하기’의 좋은 예다.”
화려한 컬러는 행커치프 정도의 포인트로만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신인섭 기자]

화려한 컬러는 행커치프 정도의 포인트로만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신인섭 기자]

세 번째 법칙은 습관에 관한 것이다.
“주말에 일주일치 착장을 미리 맞춰놓는 습관이다. 대부분 아침에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비슷한 옷만 입게 된다. 그리고는 ‘옷이 없다’는 소리를 한다. 주말에 옷을 바닥에 죽 늘어놓고 이리저리 대보며 착장을 연구하다보면 내가 가진 옷이 뭔지, 부족한 건 뭔지 알게 돼서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불필요한 쇼핑도 막을 수 있다. 옷이 많아서 잘 입는 게 아니다. 내 스타일대로 입어야 멋쟁이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옷을 잘 입는 비결은 뭘까.
“이탈리아 남자라고 다 잘 생기고 신체 비율이 좋은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옷을 골라 입으며 자신의 스타일을 터득한 결과다. 한국 남자들은 어려서는 어머니가, 결혼해선 아내가 옷을 사다준다. 결코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없다. 옷은 매장에 가서 직접 골라 입어야 한다.”
앉았을 때 종아리 맨살이 보이지 않도록 양말 길이에도 신경 쓰는 게 신사의 매너다. [신인섭 기자]

앉았을 때 종아리 맨살이 보이지 않도록 양말 길이에도 신경 쓰는 게 신사의 매너다. [신인섭 기자]

옷 못 입는 한국 중년 남자의 경우를 꼽는다면.
“무조건 넉넉하게 입는 사람이다. 소매는 길고, 바지통은 넓고, 어깨 라인은 처지고. 정말 후줄근해서 보기 흉하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화려하게 입는 사람이다. 번쩍이는 소재와 화려한 컬러·무늬의 양복, 반짝이는 비즈를 박은 넥타이 등을 예로 꼽을 수 있는데 사람보다 옷이 먼저 눈에 띄는 이런 옷차림은 품격이 떨어진다. 의자에 앉았을 때 바지가 올라가서 종아리 맨살이 보이는 것도 외국에선 엄청난 실례로 여긴다.”
스타일에 관한 롤 모델이 있나.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 영국 왕실 재단사 하디 에미스 경 등이다. 오래 전 일 때문에 알게 된 사이지만 자연스레 그들의 스타일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옷 입기가 어려울 땐 롤 모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중장년층의 배우·작가·음악인·정치인 옷차림을 자세히 보고 맘에 든다면 따라 해보라.”
봄철, 남자의 옷장에 꼭 있어야 할 몇 가지를 추천한다면.
“네이비 블레이저(한 벌로 만든 슈트 재킷이 아니라, 콤비네이션으로 입을 수 있는 단품 재킷), 데님 팬츠, 화이트 버튼다운 셔츠(칼라 양쪽 끝을 단추로 채우는 디자인), 브라운 로퍼(끈 없는 굽 낮은 구두), 화이트 팬츠를 장만하면 쓰임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네이비와 그레이 블레이저를 만능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봄여름엔 면 소재, 가을겨울엔 울·캐시미어 소재로 갖춰두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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