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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중국 공산당이 다시 긴장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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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업 얘기다.

모든 나라 지도자들은 '일자리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놓는다. 실업은 곧 사회 불안 요인이요, 정권을 위협하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트럼프도 그러하고, 또 시진핑도 마찬가지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달린다.

리커창 총리가 15일 전인대를 끝내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매년 전인대 끝나는 날 열리는 연

례 회견이다. 그의 발언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확실하게 말하건대, 올해 일자리를 1100만 개를 창출할 것이다. 

작년 중국이 창출한 일자리는 1300만 개였다. 리 총리는 200만 개 낮은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1300만 개를 창출했어도 지금 중국 일자리 상황은 녹녹치 않다. 일자리가 없다는 청년들의 아우성은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 신규 일자리 창출 개수가 작년보다 200만 개가 더 적어진다니,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중국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리 총리는 5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 GDP 성장 목표치를 6.0∼6.5%로 정했다. 성장률 목표 수치를 꼭 집어 적시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벌려 놨다. 그만큼 경제를 낙관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어쨌든 그들은 6.0%를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작년 성장률 6.5%보다 무려 0.5%나 낮췄다. 그러기에 가장 먼저 실업을 챙긴다.

올해 대학에서 졸업하는 학생 수가 대략 834만 명 정도 된다. 중국 교육부 통계가 그렇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 농민공이야 공장 기계가 멈추면 고향으로 돌려보내면 된다. 그러나 배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정권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불만을 갖는다. 사회 긴장도가 높아진다. 어느 나라라도 다 그렇다.

천안문 광장

천안문 광장

올해는 천안문 사태 30주년의 해다. 1989년 봄 베이징 대학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기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었다. 학생과 군중들은 천안문으로 운집해 점거했다. 천안문 사태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성격이 있지만, 그 배경에는 '경제난'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문제는 인플레였다. 1988년 물가는 18.5% 올랐고, 1989년에도 17.8%가 더 뛰었다. 베이징에는 시골에서 올라는 할 일 없는 노동자들이 짠뜩 모여들었다. 개혁개방 10년의 모순이 '학생 시위'로 터져 나왔고, 베이징의 실업 노동자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6월 4일 천안문 광장에 모여있던 시위대들은 탱크에 짓밟혀야 했다. 경제가 불안할 수록, 일자리가 사라질 수록 청년들은 30년 전을 생각할 것이다. 당국은 실업에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중국 지식인들은 겉으로 보기에 순하다. 공산당 체제에 체념한다. 그러나 사적으로 얘기해보면 '의심'은 커지고 있다. 정통성의 빈곤을 경제로 채울 수 없다면, 의심은 더 커진다.

"억지 성장은 또다른 경제왜곡을 낳는다."  지난 10년 중국 경제의 교훈이다.

여기서 하나 아이러니한 게 있다. 공산당도 그들을 '의심'한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 열렸던 19차 당 대회에서 '당 건설'을 강조한 후 당의 이데올로기 통제는 더 심해졌다. 후진타오 시대(2002~2012)에 잠깐 맛봤던 '자유'는 다시 강성 권위주의에 밀려 후퇴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민영 부분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 국가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민영 IT기업의 일부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이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당연히 민간영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영 IT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핵심 주역이다. 마윈(알리바바), 마화텅(텐센트), 레이쥔(샤오미) 등 IT기업 수장들이 최근 수 년 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요즘 IT업계 분위기는 서늘하다. 그들은 국가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민영 부분의 통제를 강화하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중국 제조업 근로자들

중국 제조업 근로자들

중국은 지금 일자리를 놓고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일자리 전쟁이다. 남의 나라 걸 빼앗아 오지 않으면, 내걸 빼앗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항상 승자였다. 지난 40년 동안 해외 기업을 빨아들였으니 말이다. 작년에도 약 1300억 달러 이상의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덜미를 잡혔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압력을 가한다. 미국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더 많이 사 가라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 나가있는 미국 기업에 대해 "중국에 있어봐야 기술만 빼앗긴다"며 는 'Back home!'하라고 외친다. 국제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쫓아버리겠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트럼프의 압박에 이러다간 좋은 일자리 다시 해외에 빼앗길 판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일자리 전선'에 외부에서도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내우외환이다. 중국 경제가 그렇다.

올해 11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리커창 총리의 약속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실현 가능하다. 그건 공산당의 인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6.0%를 사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 세금 축소, SOC 분야 재정 지출 등으로 4조6000억 위안(약 760조 원)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마련했다. 그래도 안되면 통계 분칠을 해서라도 맞춰야 할 판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방법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질이다. 억지로 이뤄진 성장은 경제의 왜곡을 낳을 뿐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이후 중국 경제가 보여온 모습이 그랬다. 그때조 중국은 4조 위안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풀었었다. 국유기업으로 흘러간 돈은 설비 과잉을 낳았고, 부동산 시장에 몰린 돈은 투기열풍을 부채질했다. 부패 관리들의 주머니는 부풀었다. 중국은 그 전철을 다시 밟으려 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칫 당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만든 행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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