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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이어 '공수처' 얹었다…"팻(fat)트랙 된 패스트트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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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공수처가 아니니까….”
2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전날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의 전제 조건으로 내놓은 새로운 공수처(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답변은 짧고 퉁명스러웠다. 바른미래당의 요구대로라면 공수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이 함께 추진하던 패스트트랙이 ‘공수처’ 암초에 걸렸다. 홍 원내대표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만 답했다. 갈길 바쁜 패스트트랙이 몸집이 커지고 맥락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패스트(fast)트랙이 팻(fatㆍ뚱뚱한) 트랙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으로서는 양보를 많이 하고 최소한의 법안만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평화당이 5ㆍ18에 대한 왜곡과 모독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여유 있어 보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5ㆍ18 특별법까지 패스트트랙으로 하자는 것은 민주평화당의 욕심이다.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원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우리도 국정원법과 권익위법, 국민투표법 등은 시간을 더 두면서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패스트트랙에 안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마저 새 조건을 들고 나오자 민주당은 답답한 상황이 됐다. 청와대가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공수처 입법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터라 민주당 지도부는 마음이 급하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종적으로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는 것이 결정되면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당내 유승민 의원 계열과 입장이 엇갈리는 와중에 새 공수처법안을 던진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연대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명분을 만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가운데)·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인 권은희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의 공수처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권 의원은 “(선거제도와 다른 법안의) 연계 자체에 반대했던 것이 저희 바른미래당의 기본적인 입장이었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가 수사는 하되 기소권은 가지지 않게 해야 하며, 공수처장 추천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소권이 없으면 현재의 시스템에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선 “검찰의 불기소에 대한 불복 절차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 공수처의 독자적 수사권을 (검찰의) 기소권이 제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 중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뒤를 지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 중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뒤를 지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기에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추진을 집중 견제하면서 ‘트랙’은 더 꼬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바른미래당이 좌파 장기집권 플랜의 조력자가 된다면 앞으로 정체성은 범여권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김관영 원내대표가 일부 의원의 탈당설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이간질’이라고 표현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당을 떠나 동료 의원으로서, 몇 분과 ‘패스트트랙은 절대 안 된다’‘어떻게 하면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느냐’고 진지하게 논의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탈당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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