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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해커·절도·음주 교통사고···이 47세에 미국이 난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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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미국 정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베토 오루크 전 민주당 하원의원. [AP=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미국 정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베토 오루크 전 민주당 하원의원. [AP=연합뉴스]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록밴드 베이시스트, 해커, 파워 블로거, 입주 보육사, 출판사 교열자, 인터넷 회사 대표….

'무관의 돌풍' 40대 민주당 대선주자 베토 오루크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40대 정치인이 미국 정계를 뒤흔들며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프랜시스 베토 오루크(47)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다.

출마 선언부터 남달랐다. “나는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베너티 페어)이라는 그의 발언은 즉시 반발을 불렀다. “정치적 구세주인냥 건방을 떨었다”며 언론의 몰매를 맞은 것은 물론, 민주당 경쟁 여성 주자들로부터 “백인 남성의 특권 의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중들은 겁 없이 등장한 이 ‘다크호스’에 열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루크는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온라인을 통해 약 613만 7000달러(약 70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출마 선언 후 하루 동안 592만 달러를 모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기록을 앞선다.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150만 달러),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20만 달러) 등의 모금액도 가뿐히 제친, 현재까지 대권 도전을 정식화한 민주당 주자 가운데 ‘첫 24시간’ 최고 모금액이다.

#아일랜드계 #가가호호 유세 #절도와 음주운전 이력 

‘베토(Beto)’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오루크는 현재 뚜렷한 직책이 없다. 상·하원 의원도, 주지사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도전하는 민주당 16명의 경선주자 가운데 유일한 ‘무관’ 후보인 오루크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러나 최근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지지자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오루크 전 하원의원. [사진 오루크 인스타그램]

지지자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오루크 전 하원의원. [사진 오루크 인스타그램]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캐슬린 파커는 “내 기억에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곤 모습을 비춘 것 만으로 이렇게 많은 공짜 TV 광고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2015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나머지 11명의 공화당 경선 후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양상을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오루크는 1972년 9월 26일 텍사스주 국경 엘패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팻 오루크는 카운티 판사 출신으로 원래 민주당이었으나 나중에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여러 차례 하원의원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베토’란 스페인계 이름과 달리 아버지는 아일랜드, 어머니는 영국 웨일스계 조상을 둔 백인이다.

버지니아주 사립 기숙학교인 우드버리 포레스트 스쿨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펑크 록 밴드를 결성해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이후 입주 보육사, 뉴욕 출판사의 교열담당자 등을 거친 후 1998년 고향 엘패소로 돌아와 인터넷 회사를 설립하고 온라인 신문도 창간했다. 2005년 시의원을 거쳐 201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선거 기간 동안 1만 6천 가정의 문을 두드리며 ‘가가호호’ 방문 유세를 펼쳐 밑바닥부터 지지를 다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선 출마 선언 뒤, 감춰졌던 과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10대 때 국제 해커집단 CDC(Cult of the Dead Cow) 멤버로 활동했으며, ‘약에 취한 장군(사이키델릭 워로드)’이란 필명으로 아이를 살해하는 내용의 소설을 쓴 사실이 폭로됐다. 또 1995년 친구들과 엘패소의 텍사스주립대 물리연구실에 침입했다가 절도죄로 기소됐고, 98년엔 음주 교통사고를 저질러 나중에 사과했다는 내용도 언론에 공개됐다.

#공화당 아성에서 선전 #SNS스타 #포지티브 운동

오루크가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 건 지난해 11ㆍ6 중간선거였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에 이어 2위(25.1%)를 한 테드 크루즈 의원을 상대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는 51% 대 48%로 크루즈에 패했지만 그는 전국적으로 소액 후원자 74만 3000명으로부터 8033만 달러(약 909억원)의 정치자금을 모금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람들은 젊은 정치인의 패기 넘치는 도전에 환호했다. 상원의원은 되지 못했지만 이 선거를 통해 그는 1969년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이어 50년 만에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출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다.

10대 때부터 꾸준히 블로그를 해 온 그는 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이용에 능숙하다. 치과에 가거나 요리를 하는 등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하며 젊은 유권자들에 다가간다. 해커 경력이나 그가 썼던 ‘과격한’ 소설 내용 등도 블로그 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인터넷 언론 버즈피드 뉴스는 “우리는 이제 공식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라이브저널(미국의 블로그 사이트)을 해 온 (젊은) 나이의 정치인을 갖게 됐다”고 썼다.

지난해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 없는 선거운동을 펼친 것도 호감을 줬다. 오루크는 14일 아내 에이미와 소파에 앉아 한 동영상 출마선언에서 “매우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개개인 모두에게 최선의 것들을 이끌어내는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펼칠 것”이라며 “우리는 텍사스에서 그런 힘을 봤다”고 말했다.

#미국 첫 X세대 대통령? #케네디 or 오바마의 그림자 

오루크의 강점은 당선될 경우 미국의 첫 X세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젊은 나이다. 현재 민주당내 여론조사 선두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21년 대통령에 취임할 때 각각 80세, 79세인 점과 비교해 확실히 젊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75세다.

2008년 대선 당시 47세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1960년 대선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에게서 찾는 지지자가 많은 이유다. 노타이에 와이셔츠 소매를 걷은 캐주얼한 모습은 의도적으로 두 사람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비친다. 그는 대중들과 만날 때마다 연단, 식탁, 책상 등에 올라가 연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미국 잡지 엘르는 이런 행동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왔던 쿨한 영어선생님(키딩)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오루크 전 하원의원이 14일 아이오와주 벌링턴에서 탁자 위에 올라 주민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루크 전 하원의원이 14일 아이오와주 벌링턴에서 탁자 위에 올라 주민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의 연설 스타일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1968년 로버트 케네디를 닮았다. 미리 준비된 원고가 아닌 즉석 연설을 한다는 점에서다. 1968년 4월 대선 선거운동 순회 도중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소식을 접한 케네디는 “지금 우리 미국에 필요한 건 분열과 증오, 폭력과 무법이 아니라 사랑과 지혜, 동정심이며 여전히 이 나라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정의감”이라고 연설했다.

오루크도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미식축구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긴 연설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아니다. 자유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남동부주들을 돌며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에 의해서 얻어진 것이다. 미식축구 선수들의 항의는 나처럼 공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좌절 때문이다.”

#애매한 정체성 #백인 남성이라 문제? 

오루크의 도전에 가장 큰 난관은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이다. 2016년 대선 이후 민주당 전체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기반 텍사스의 보수적인 민주당원의 지지를 끌어안기 위해 중도통합의 기치를 내걸었다.

오루크 전 하원의원의 가족사진. [사진 오루크 인스타그램]

오루크 전 하원의원의 가족사진. [사진 오루크 인스타그램]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보편적 의료보험과 총기규제, 무상보육, 대마초 합법화 등 진보적 공약을 내세웠지만 민주당 내에선 여전히 중도파로 분류된다. 샌더스의 단일 의료보험(메디케어 포 올)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의 화석연료 사용 제로 ‘그린 뉴딜’엔 취지에만 동감한다는 입장이다. 오루크는 정체성 논란에 “내가 진보적으로 불릴 만큼 리버럴한지는 모르겠지만 정당 꼬리표에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 하나는 거센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민주당 경선에서 그가 가진 ‘백인 남성 엘리트’란 신분이다. 그가 ‘대통령 출마를 위해 태어났다’는 선언을 하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59ㆍ미네소타)은 17일 NBC방송에 나와 “내가 자란 1970년대 미국 중부에선 여성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태어나진 않았지만 대통령에 출마했다”며 그의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또 “아이 세 명의 양육을 ‘때때로’ 돕기도 한다”고 농담을 했다가 “미국에서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특권을 당연시하고 내 삶에서도 혜택을 누렸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이영희 기자 jjpol@joongang.co.kr

'베토' 오루크

美 민주당의 '갑툭튀' 대선주자, 그의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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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 베토 오루크가 미국 잡지 베너티 페어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하며 한 말은?

정답 : 2번 "나는 대선 출마를 위해 태어난 사람"( 오루크는 "나는 대선 출마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I'm just born to be in it)"고 말해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

Q2 : 오루크가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텍사스에서 맞붙은 공화당의 상원의원은?

정답 : 3번 테드 크루즈( 오루크는 공화당의 거물 테드 크루즈 의원에게 도전해 3% 차이로 패했습니다 )

Q3 : 오루크가 대학 때 록밴드에서 담당한 파트는?

정답 : 2번 베이스 ( 그는 록밴드 베이시스트가 되기 위해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졸업 즈음 재능의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

Q4 : 오루크가 지난 해 중간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은 정책은?

정답 : 4번 그린 뉴딜 ( 오루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의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해서는 취지에만 동감한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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