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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 이산가족 화상상봉…北은 "남북 교류 더디다"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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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8월13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제6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선화씨 가족들이 북측의 가족들과 모니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2007년 8월13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제6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선화씨 가족들이 북측의 가족들과 모니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중앙포토]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 간에 형성된 냉기류가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교추협)을 열고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시설·장비 개보수 등에 필요한 비용 등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국내 화상상봉장 개보수와 북측 화상상봉장 장비 지원에 필요한 경비로 30억9400만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남북은 지난 2005~2007년 7차례 557건의 화상상봉을 실시했다. 서울과 지방 등에 설치된 남측 상봉장과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상봉장을 광통신망으로 연결해 남북 이산가족이 화면으로 만났다. 그러나 기존 설비는 10년 이상 지나 노후화돼 화상상봉을 다시 진행하려면 상봉장 개보수와 장비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설 연휴를 전후해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때는 대북 제재가 발목을 잡았다. 북한으로 장비 등을 반출하려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승인이 선행돼야해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워킹그룹 회의도 원활하지 않았다. 당시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남북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대북 제재 면제가 이뤄됐지만 이번엔 2차 정상회담 결렬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2월 27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에서 열린 제4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 북측의 김경배 할아버지(우측)가 남측의 여동생 춘옥씨를 만나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2월 27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에서 열린 제4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 북측의 김경배 할아버지(우측)가 남측의 여동생 춘옥씨를 만나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교추협 심의·의결에 따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금명간 이산가족 화상상봉 관련 협의를 제안할 계획이지만 북측이 응해올지 미지수다. 당장 22일 예정된 연락사무소 정례 소장회의가 열릴지 불투명하다.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지난달 1일 이후 소장회의에 나오지 않고 있다.

소장회의가 한달 이상 공전하면서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남북 간 산림·문화 교류협력 협의가 이뤄졌지만 올해 들어 모두 올스톱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올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 북미 정상회담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며 “또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는 북한이 내부 입장을 정리하느라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이 (2차 정상회담) 결과를 복기하고 향후 전략 방향을 모색해나가는 신중한 상황에 있지 않나 보고 있다”며 “저희는 그런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부 당국자는 “2차 정상회담이 예상 밖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남북 간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북측이 준비가 되는대로 (남북교류)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북측은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ㆍ조선의 오늘 등을 통해 남·북 교류사업의 진척이 더딘 것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우리민족끼리는 ‘명백히 드러난 한미 실무팀(한ㆍ미 워킹그룹)의 실체’ 기사를 통해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워킹그룹을 계기로 “미국과 남조선(한국) 사이의 주종관계와 그것이 북남(남북)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후과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남조선 당국은 미국에 북남 협력과 관련한 여러 요청을 했다가 외면 당하고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화상상봉 및 영상편지교환에 필요한 장비들과 물자들의 반출만 겨우 승인 받았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도 통일부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업무 계획 등과 관련해 '제재의 틀 안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미국과 보수패당의 압력에 비위를 맞추는 비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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