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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참 내렸는데 왜…초미세먼지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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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함께 봄비가 내린 20일 오후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시민들은 봄비가 초미세먼지를 씻어내 주기를 기대했지만, 주의보는 쉽게 해제되지 않았다. [뉴스1]

미세먼지와 함께 봄비가 내린 20일 오후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시민들은 봄비가 초미세먼지를 씻어내 주기를 기대했지만, 주의보는 쉽게 해제되지 않았다. [뉴스1]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한 참이 됐는데도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았는데, 측정이 잘못된 것인가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 모(55) 씨는 21일 중앙일보에 전화를 걸어와 "20일 낮부터 비가 계속 내렸는데, 퇴근 후 집에 들어갈 때까지도 주의보가 해제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며 "미세먼지 측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주의보 발령·해제가 제때 안 된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비가 내리는 데도 초미세먼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인공강우가 무슨 소용이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에 비는 20일 오후 2시쯤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된 것은 21일 오전 1시였다. 11시간 만에 해제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일 오전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7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오전 5시를 기해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출근 시간을 거치면서 오전 10시에는 94㎍/㎥까지 치솟았다.
초속 1m도 안 되던 바람은 다행히 오전 10시를 전후해 초속 1.9m로 강해지면서 초미세먼지는 더는 높아지지는 않았다.

미세먼지와 함께 봄비가 내린 20일 오후 마스크와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미세먼지와 함께 봄비가 내린 20일 오후 마스크와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2시가 지나면서 서울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9시에도 60㎍/㎥를 유지할 정도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쁨(36~75㎍/㎥)' 수준이 계속됐다.

자정을 지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주의보는 21일 오전 1시 '보통' 수준이 되면서 해제됐다.
비가 오기 시작한 지 11시간 만이었다.

이에 대해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비가 내린다고 해도 빗방울도 작고, 초미세먼지 입자도 작아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가 빠른 속도로 제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교적 큰 빗방울이 주룩주룩 내려야 먼지를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당 2㎜, 누적 강수량 20㎜ 정도는 돼야 초미세먼지가 제거될 수 있고, 여기에다 바람도 초속 2m 정도는 불어야 초미세먼지를 흩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당 10㎜는 내려야 초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일 오후 8시부터 빗줄기가 다소 굵어져 오후 11시까지 시간당 1.7~3.2㎜의 비가 내렸고, 자정에는 누적 강수량이 16.5㎜를 기록했다.
또,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초속 2m 안팎의 바람이 계속 불었다.

21일 오전 4~5시에는 서남서 풍이 초속 3m 안팎으로 불면서 오전 5~7시에는 초미세먼지가 7~8㎍/㎥ 수준까지 떨어져 '좋음(~15㎍/㎥)' 단계를 보이기까지 했다.

초미세먼지는 출근 시간을 지나면서 다시 상승했고, 서풍이 3~4m로 비교적 강하게 불었지만 오전 11시에는 다시 30㎍/㎥까지 올랐다.

장 센터장은 "21일 낮부터 북서쪽에서 중국발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들어오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뉴스1]

지난 1월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뉴스1]

결국, 20~21일 서울의 상황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없애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기상청이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비를 1㎜ 정도 더 오게 하는 수준이다.

한편, 입자가 큰 미세먼지(PM2.5)는 20일 오전 10시 125㎍/㎥까지 올랐으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후 4시에 71㎍/㎥, 즉 '보통(31~80㎍/㎥)' 수준까지 떨어졌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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