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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체대 감사, "샤워실을 코치실로 개조해 수차례 폭행"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조재범(38)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뉴스1]

지난 2월 조재범(38)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뉴스1]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빙상장 폭력 사건과 관련해 이를 비호했던 한국체대 A교수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A교수는 피해자의 지인들을 동원해 합의를 압박하는 등 사건 무마를 위해 조직적인 은폐 시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21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한국체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석현 교육부 감사총괄담당관은 “언론을 통해 제기된 빙상계 폭력과 비리의혹 뿐 아니라 각종 제보 내용을 빠짐없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합감사는 지난 달 1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실시됐다.

 감사 결과 A교수는 조 전 코치가 자신의 지도학생들을 폭행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지인을 통해 “피해 학생을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감사 보고서에서 “피해자 어머니의 절박한 심리(피해자의 동생도 쇼트트랙 선수)를 이용해 합의를 종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국회에선 '운동선수 보호법'이 발의됐다. [뉴스1]

지난 1월 국회에선 '운동선수 보호법'이 발의됐다. [뉴스1]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 때는 A교수가 직접 피해자의 아버지를 만나 실업팀 이야기 등을 하며 피해학생의 졸업 후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특정감사(2018년 4월22일)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지난 1월엔 교육부의 한국체대 종합감사 계획이 발표되자 피해학생들을 임의로 접촉했다. 특히 감가 시간 중인 지난 달 14일과 15일엔 피해학생과의 격리조치를 통보받고도 17일 3자를 통해 피해학생을 불러내 졸업 후 거취 문제를 거론했다.

 한편 A교수는 국유재산인 빙상장을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대관 허가 절차 없이 무료로 제자가 운영하는 사설강습팀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또 빙상장의 샤워실과 락커룸 등을 자신의 제자가 이끄는 사설강습팀의 전용공간으로 무상 제공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폐쇄공간인 샤워실과 락커룸에서 조 전 코치의 폭행 및 성폭행 사건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샤워실은 잠금장치를 따로 설치해 코치의 전용공간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석현 담당관은 “최근 한 피해자의 고소 사건에서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곳도 잠금장치를 설치해 코치실로 사용한 샤워실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심석희 선수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석희 선수가 지난해 12월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력당했다며 추가 고소했다. 사진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심 선수와 조 전 코치(왼쪽 두번째). [연합뉴스]

심석희 선수가 지난해 12월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력당했다며 추가 고소했다. 사진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심 선수와 조 전 코치(왼쪽 두번째). [연합뉴스]

 A교수는 또 폭행 사건과는 별도로 빙상부 학생이 훈련용도로 협찬 받은 400만원대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고 특정업체가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납품하고 5100만원을 지급받도록 했다. 또 지난 15년간 부양가족 변동 신고를 하지 않아 가족수당 등 1252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교육부는 이번 한국체대 종합감사에서 A교수뿐 아니라 해외전지훈련 후 허위영수증을 제출해 2905만원을 횡령한 사이클부 교수 등의 비리행위도 함께 적발했다. 생활무용학교의 한 교수는 실기특강 과정을 임의로 개설해 자신의 배우자와 조카를 강사로 위촉한 뒤 학생들로부터 특강비를 걷어 강사료 1775만언을 지급키도 했다.

 교육부는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로 A교수를 중징계 처분하고 다른 비리 혐의로 적발된 34명에 대해선 사안에 따라 중징계 또는 경징계 하도록 대학에 요청했다. 또 무단으로 빙상장을 이용한 건에 대해서는 총 5억2000만원을 관련자들로부터 회수토록 조치했다.

 한편 이날 함께 발표된 연세대 체육특기자(아이스하기) 입학비리 특별감사 결과 일부 평가위원들의 비리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1단계서류평가에서 특정 지원자의 성적을 일부러 높여주거나 지원자 9명에게 일괄적으로 만점을 부여해 이중 8명이 최종 합격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체육계에 만연한 부정과 성폭력 문제가 한두 차례 감사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 활동과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한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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