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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당장 없애는 건 성급…10년 빅데이터 모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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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5일 충남 부여에 위치한 금강 백제보 소수력 발전소를 통해 물이 하류로 흐르고 있다. 환경부 모니터링에서 수문을 개방했는데도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돼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5일 충남 부여에 위치한 금강 백제보 소수력 발전소를 통해 물이 하류로 흐르고 있다. 환경부 모니터링에서 수문을 개방했는데도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돼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국내 수질·수자원 전문가 중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탓에 4대강 보를 해체하는 데 동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 급류에 휩쓸린 4대강 보 <하> 대안은 #4대강 보 처리 상생 대안 #수질·생태·유량 긴 흐름 갖고 조사 #녹조 심한 여름에는 수문 열고 #가을 갈수기 물 채우는 방안 제안

그런 전문가들도 지난달 정부가 제시한 금강·영산강의 3개 보 해체 방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모니터링 기간에다 수질과 생태가 개선된다는 확실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를 허물겠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뭄과 홍수가 빈발해지는 등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까지 고려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측정 센서를 설치, 빅데이터 모으자"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환경연구소 연구원들이 낙동강 수질을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 물환경연구소 연구원들이 낙동강 수질을 조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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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당장 보를 해체하는 것보다 수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수질·생태·유량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런 다음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제언한다.

강과 보 주변 중요한 곳에 다양한 측정 센서를 설치, 10년 정도 보 운용의 빅데이터를 모으면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10년 정도 데이터를 쌓은 다음 해체를 결정해도 되고,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우면 아예 데이터를 해외 연구진에게 보내 해석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백제보 하류 백제교 인근에 녹조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백제보 하류 백제교 인근에 녹조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하천생태 전문가는 "계절에 따라, 과거(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같은 사안에 따라, 또 지역 특성에 따라 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유량이 많고 녹조 발생 우려가 큰 여름에는 수문을 열어 체류 시간을 줄이고, 갈수기인 가을부터는 물을 채워 겨울철 수막 재배 농민들이 지하수를 난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공학과 교수는 "상류의 보에서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면 하류 보 수문까지 도달하는 데 3~5일이 걸린다"며 "그 시간을 고려해 방류하고 수문을 조작한다면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퇴적물 내보낼 수 있게 개량도 필요

지난해 10월 충남 부여시 금강 백제보 수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수위가 낮아지면서 모래톱이 드넓게 드러났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충남 부여시 금강 백제보 수문이 완전히 열리면서 수위가 낮아지면서 모래톱이 드넓게 드러났다. [연합뉴스]

대신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를 운영한다면 보 구조를 개량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 수문 아래를 거쳐 토사나 오염 퇴적물이 하류로 흘러내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강물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도 2017년 3월 이수와 치수, 녹조 저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환경부가 최근 밝힌 대로 생활·농업용수 취수구 위치를 4대강 사업 이전처럼 강바닥까지 낮춘다면 연계 운영의 효과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일본도 보 둘러싼 갈등 경험

일본 후쿠이현의 쿠주류강에 설치된 보인 나루카다이수케. [중앙포토]

일본 후쿠이현의 쿠주류강에 설치된 보인 나루카다이수케. [중앙포토]

한편, 해외에서도 보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있었다. 이웃 일본에서 벌어진 '다이주제키(第十堰)'라는 보 논란이 대표적이다.

1982년 일본 건설성의 시코쿠 지방건설국은 시코쿠 섬 도쿠시마(德島) 현을 흐르는 요시노가와(吉野川)라는 강에 대해 '수계 공사실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홍수 방지를 위해 보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97년 도쿠시마 현 지사가 수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 건설을 제안했고, 곧바로 이에 반대하는 주민 단체가 결성됐다. 주민들은 1000억 엔(약 1조 원)에 이르는 공사비가 들어가고, 갯벌도 파괴되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다이주제키'를 둘러싸고 갈등은 이어졌고, 결국 2000년 1월 주민투표까지 실시됐다. 당시 투표율 55%에, 반대가 91.6%에 이르면서 보 건설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일본에는 물을 취수하거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큰 강이나 하천 본류에 가동보를 설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 템스강 방벽 설치해 탄력 운영 

영국 런던을 흐르는 템즈 강에 설치된 방벽. 강 하구로부터 해일이 밀려 올라올 때 이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중앙포토]

영국 런던을 흐르는 템즈 강에 설치된 방벽. 강 하구로부터 해일이 밀려 올라올 때 이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중앙포토]

우리의 보와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영국 템스 강에서는 수문을 여닫을 수 있는 방벽(barrier)을 설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밀물 때 바닷물이 높아지고, 해일이 닥칠 때 강물이 범람하거나 육지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했다.

1982년 가동을 시작한 템스 강 방벽은 길이 520m로 평상시는 수문이 수평으로 물밑에 잠겨 있지만 비상시엔 회전식 수문이 수직으로 서서 물을 차단한다.

네덜란드 오스터셀더커링 방벽은 하구를 방어하는 13개 시설 가운데 하나다. 길이가 9㎞인 방벽은 당초 댐 형태로 건설하려 했으나, 4㎞ 구간에 62개의 수문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평상시에는 수문이 열려 있으나, 악천후에는 수문을 닫는다.

한편 호주 동남쪽의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보 건설에 엄격한 규제를 펴고 있다. 녹조를 부추기고, 물고기 이동을 방해하는 등 환경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보를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 보를 확장할 때는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보호 규정과는 별도로 주 당국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기존의 보 역시 면허를 연장하거나 구조를 변경할 때, 지하수 등 환경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는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 보는 5년마다, 상수원 취수용 보는 10년마다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특별취재팀=김방현·위성욱·김호·천권필·백희연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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