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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상장 연내 상장 물 건너가…FI, 풋옵션 이행 중재신청

중앙일보

입력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에 제동이 걸렸다. 풋옵션 이행을 둘러싼 재무적투자자(FI)와 신창재 회장의 갈등이 결국 중재로 이어지며 교보생명의 연내 증시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약속된 상장 일정 미뤄지며 갈등 커져 #지분 매각 관련 이견에 법적 분쟁으로 #신창재 회장측, 계약 무효 소송도 검토

 금융계에 따르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FI가 20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이 상장 약속을 어겨 손해를 봤고 지분 매각에 대한 답변 시한(지난 15일)을 넘긴 따른 조치다.

 상사중재원은 각종 경제 분쟁을 중재ㆍ조정하는 기관이다. 중재 결과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중재 절차에 돌입하면 교보생명의 올해 IPO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셈이다. 상장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사전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인터내셔녈을 인수한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 유전 투자를 위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24%)를 팔려고 하자 교보생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컨소시엄 등 FI를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FI는 당시 해당 지분 24%를(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조건이 있었다. 3년 뒤인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보생명이 아닌 신창재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계약(SHA)을 맺었다.

 교보생명의 증시 상장이 미뤄지며 당초 정한 기한을 넘기자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FI의 요구에 교보생명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말 뒤늦게 IPO를 선언했지만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교보생명 지분 구조. 자료: 교보생명

교보생명 지분 구조. 자료: 교보생명

 양측의 줄다리기 속에 신 회장은 지난 12일 FI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FI의 주식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FI 지분의 제3자 매각을 추진하며 IPO성공 이후 차익 보전 등을 제안했지만 FI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회장과 FI가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은 가격이다. 풋옵션을 행사한 FI가 제시한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다. 2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회장측은 해당 주가를 산정한 기준과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사 주가가 높았던 2017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상장된 다른 생명보험사 주가와의 상대가치비교를 통해 과도하게 주가를 매겼다는 주장이다.

 7년전 SHA를 맺을 때 지분을 되사는 가격 조건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상황을 복잡해진 것이다.

 풋옵션 계약의 효력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신회장측은 교보생명의 대주주지만 상장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만큼 SHA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계약 무효소송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중재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지만 ‘물밑 대화’의 여지는 열려있다는 것이 신회장측의 입장이다. 중재 신청을 해도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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